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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May 16. 2024

자유로워지기 위해 맞닥뜨린다

새우 된장찌개

타로가 궁금했다. 사주도 본 적이 있고 신기 있으신 점쟁이 분도 만나본 적이 있었지만, 타로는 봐 본 적이 없었다. 영화에서 언뜻 보게 되는 타로는 카드 그림들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멋지고 이국적이었다. 자칫 점에 의존하는 마음이 생길까봐 이십년 정도 점을 보지 않았지만, 타로 점 만큼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현재의 나의 고민에 대해 좋은 힌트를 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품어 보았다.


남편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자, 남편은 내 손을 잡고 나를 타로 보는 집으로 데려갔다. 까만 안경테를 쓰고 머리숱이 많은 한 중년의 여성 분이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굵은 안경테 뒤로 보이는 눈빛이 날카로우면서도 맑은 듯 했다.

내가 카드를 고르자 그 분이 말씀하셨다.

"예전에 교육 관련 일을 하셨었지요? 그 일을 다시 하는 게 당신에게 좋다고 나와요."

그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던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도 적지않이 놀라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가 놀랐던 건 단순히 타로 선생님이 우리의 과거를 맞추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는 제주도에 살았던 5년 동안 국제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외 일을 했었다. 나에게는 그 일이 심히 힘들었고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었다. 그 일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다시는 과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나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과외 일 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2년째 발버둥치고 있었다. 과외 일을 다시 한다는 생각만 해도 그 때의 힘겨움이 떠올라 배가 딱딱해지고 소화가 안되었다. 과외 경험에 대한 생각을 재정리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아직도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그 일을 나보고 다시 하라니... 그게 나에게 좋다니... 왜 나는 오늘 이런 말을 듣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그 동안 마음 속 상처들을 상당 부분 치유해 온 나는 더이상 두려움에 주저앉고 싶어했던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 마음 속에 머금고 있어보자.



하루 정도 머금고 있던 다음날 밤, 물 속에서 공기 방울이 떠오르듯이 나의 무의식 속에 있던 생각 하나가 의식 안으로 올라왔다. 


나는 힘들었던 그 기억으로부터 끝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 자신도 알듯이, 나는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회피해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면 맞닥뜨려야 한다. 그래서......

과외 일을 다시 경험해야 한다.

그게 바로 타로 선생님께서 '그것이 나를 위한 일' 이라고 말씀하신 의미였다. 

비로소 마음 속 체증이 풀렸다. 이 선택만으로도 과외 경험에 가지고 있던 상처가 반은 풀리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제주도에서 과외하던 때의 나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면 나를 넘어선 무한한 능력과 힘이 흐른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의 나는 전보다 회복력이 좋다.

지금의 나는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분명 지금의 내가 경험하는 과외는 그 때의 내가 경험하는 과외와 다를 것이다.


마음에 힘이 느껴졌다. 

과외를 확장해 나갈지 축소해 나갈지, 계속할지 잠시 경험한 후 다음 경험으로 넘어가게 될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과외를 다시 해보겠다는 나의 선택이 지금 나의 마음이 이끄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 새우 된장찌개 >

얼마 전 지인 분께 대접해 드리고 극찬을 받았다. ^^


전날 밤에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물에 넣어 우린다.


표고와 다시마를 우린 물로 멸치 육수를 만든다.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기름 없이 약불에 볶았다가 고소한 향이 나면 물을 붓고 끓인다. 센 불로 했다가 끓으면 중약불에서 20분 정도.

이 때 무우도 같이 익혀준다.


냄비에 다진 파, 다진 마늘, 하룻밤 불렸다가 채썬 표고버섯, 건새우를 넣고 참기름에 볶는다.

냄비 바닥에 간장, 까나리 액젓, 멸치 액젓을 끓였다가 같이 볶는다.

된장을 넣고 같이 볶는다. 풍미를 위해 설탕도 몇 톨과 죽염을 살짝 넣는다.


멸치를 제거한 멸치 육수를 부어준다. 무우도 옮겨 같이 끓인다.

한 번에 물을 다 넣기보다 조금씩 더 넣어 끓여주면 더 좋다.

센 불에 끓였다가 중약불에 끓인다. 새우에서 국물 맛이 우러나도록 15분 정도 끓여주는 게 좋다.


새우가 우러났다 싶으면 양파와 애호박을 넣는다. 느타리 버섯을 넣어도 좋다.

마지막에 고추를 썰어넣고 1분 정도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뚜껑을 덮어 놓았다가 5분 정도 후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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