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다니다보면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붉은 현수막이 걸린 모습을 종종 보셨을 겁니다. 이런 건물이 경매로 나오게 되면, 돈을 못 받은 유치권자와 건물을 싸게 사고 싶은 경매 매수인(낙찰자) 사이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곤 합니다.
유치권자 입장에서는 경매 매수인이 발생하였더라도 본인이 받아야할 돈이 있으니 돈을 줄때까지 버틸 것이고 반대로 매수인의 경우 건물을 매수하였더라도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은 타인과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본인이 왜 부담해야햐고 반박할 것입니다. 오늘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 신고해야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유치권의 경우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유치권의 조건만 모두 만족하였다면 유효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유치권은 등기부등본에 나오지 않는 권리이며, 점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법정담보물권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법원에 유치권 행사를 신고하지 않더라도 적법한 점유에 해당하기만 한다면 유치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신고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자들이 유치권을 신고하는 이유는 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 경매 절차에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경매절차에 있어 유치권자가 유치권을 법원에 신고하게 되면 유치권자는 해당 경매절차에 있어 이해관계인이 되게 되며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1) 경매 진행 상황 통지
배당기일, 매각결정기일 등 매각 진행에 대한 통지를 이해관계인으로써 수령받을 수 있습니다.
2) 이의 신청권
유치한 목적물에 대한 감정가가 너무 낮게 설정되거나 경매절차에 대하여 하자가 발생한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됩니다.
3) 배당표에 대한 의견 진술
이해관계인으로써 법원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과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됩니다.
유치권 신고는 공사도급계약서, 미지급금 확인서, 점유 현장 사지등을 첨부하여 경매법원에 제출하며 됩니다. 이때 주의해주셔야하는 것은 법원은 유치권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었다면 접수를 받아줌으로 실질적으로 유치권 행사가 불가한 상황이라도 형식만 갖추었다면 인정해줍니다.
경매에 참여하여 유치권이 행사되고 있는 목적물을 낙찰받은 경매매수인은 민사집행법 제91조에 의거하여 유치권자의 대금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인수주의와 잉여주의의 선택 등)
①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채권에 관한 부동산의 부담을 매수인에게 인수하게 하거나, 매각대금으로 그 부담을 변제하는 데 부족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그 부동산을 매각하지못한다.
②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
③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된다.
④ 제3항의 경우 외의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한다. 다만, 그중 전세권의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제88조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된다.
⑤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
즉 법은 인수주의에 근거하여 매수인은 낙찰 대금과 별도로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공사대금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유치권자의 유치권행사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91조 5항에서 말하는 '변제할 책임이 있다.'라는 것이 외관상 원 채무자의 채무를 인수하여야한다고 보일 수 있으나 채무인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유치권 행사의 원인이 된 채무를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온전한 소유권을 행사 할 수 없다는 강력한 강제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온전한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치권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드려야하는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무조건 유치권자의 주장을 받아드리기 보다는 유치권자의 유치권행사가 대항력을 모두 갖추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치권자가 정당하게 경매매수인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압류효력을 발생시키는 등기)를 기준으로 기입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유치권을 행사하여야 합니다.
즉 압류효력을 발생시키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기입등기가 완료되기 전부터 유치권을 행사하였다면 경매매수인에 대하여 정당하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매가 개시된 이후에 경매목적물을 점유하고 유치권을 행사하였다면 경매 개시로 인하여 발생한 처분금지 효력으로 인하여 유치권자는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또한 이에 대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기입등기가 경료된 이후의 유치권을 행사한 경우 경매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채무자 소유의 건물 등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5다22688 판례
유치권이 기입등기 이전에 신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법원은 유치권에 대하여 형식적인 요건만 인정되면 유치권을 인정하고 있음으로 매수인은 해당 유치권이 형식적인 요건은 충족되었더라도 실질적인 요건(적법한 점유, 유치권에 견련성 존재유무, 허위 유치권)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하여 유치권에 따른 채무이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자라면 무작정 현수막만 걸 것이 아니라, 점유의 연속성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고 적절한 시기에 권리신고를 하여 협상력을 높여야 합니다.반대로 매수인이라면 현장 조사를 통해 해당 유치권이 '압류 효력 발생 전'에 성립했는지, 실제로 점유하고 있는지(가짜 유치권 여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수억 원의 가치가 오가는 경매 현장에서 '설마' 하는 안일함은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유치권 문제가 얽힌 물건을 다루거나, 내 건물에 경매가 들어왔다면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대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