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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Oct 17. 2021

김상욱의 양자 공부

양자가 뭐죠


쉬운 비유를 들어 과학 이론을 적당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


'뒤에서 설명한다, 이따 자세히 다룬다, 지금 이걸 다 얘기하려면 책 한 권 더 써야 한다...'


라는 표현이 잦은 데서 알 수 있듯

(다행스럽게도) 몹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비문학 독해 하듯 쉬엄쉬엄 읽을 수 있다.


양자역학의 개념과 그 이론을 둘러싼 갈등 및 발전 과정을 고1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한 정도로 풀어 내서, 평범한 인간인 내가 이 개념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나 아예 모르지는 않는다'정도로 말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양자역학 개념이란... 고양이만 이해하면 다 되는 줄 알고 펼쳤다.

'빅뱅이론'에서 한 너드가 평생 지지해온 초끈이론을 포기할 때 양자역학에 대해 언급한 적도 있어서 이 개념을 언젠가는 상식 수준으로 이해해 봐야지 하고 있다가 이 책을 샀는데

나는 고양이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개념이 있을 때는 그걸 다룬 제일 쉬워 보이는 책을 먼저 읽는데,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일단 끝까지 읽는다.


그러면 처음에는 낯선 용어들이 뇌에 부딪쳐 튕겨나간다.


그래도 계속 비슷한 개념이 반복되다 보면 낯익은 척 슬쩍 머릿속 구석진 방에  그 용어 하나가 자리를 잡는데, 그런 뒤에는 책이 소개하는 다른 책이나 조금 더 깊이 공부한 사람의 글을 찾아 읽으면 된다.

그렇게 읽으면 왠지 개념이 아주 낯설지는 않게 되어서, 뇌에 먼저 가있던 아까 그 첫 개념 녀석이  (사실은 잘 모르면서도) 어? 나 저 형 아는데. 어디서 본 적 있는데에에!!하면서 방석 하나를 내어주게 된다.


먼저 온 녀석이 찻물을 끓이는 동안 뒤에 온 손님이 썰을 풀도록 해주는데, 새 손님이 끊이지 않고 노크를 하고 들어오고 찻잎도 다 떨어지고 김이 서리고 방이 꽉 차면,


이제 그 내용은 진짜 내 것이 된다.

마지막 손님만 남기고 다 퇴장시킨다.


그렇게 손님 대접하는 시간이 좋아서

가끔 나와는 아주 먼 곳에서 살다가 여행 온 듯한 개념을 다룬 책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이 그렇다.


간결하고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고

뇌의 방구석 한 자리에서 어린 개념이 두리번두리번거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숫자와 기호는 뛰어넘고

물리학자와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긴 하는데...


ㅡ사실 얼마 전, 의사와 시인과 기타 치며 노래하는 사람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달 얘기를 하는데도 의사는 저 달은 매년 4센티씩 지구에서 멀어지고...자전축이...이러고 시인은, 달은 숨을 쉬는 것 같아...이러는데 기타 치며 노래 하는 사람이 갑자기 달이 나오는 노래를 불러서 떼창을 하며 술자리가 산으로 갔다.

그때 나는, 이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했다.

ㅡ달도 낙하하는 거라는데요?

나는 그 문장이 제일 낯설었던 탓이다.

달이 낙하하는 거라니. 세상에나.


이런 질문을 술자리에서 물리학자에게 하면

우리는 노래를 끝까지 부를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그간 숱한 철학자들이 갔던 길이 사실은 과학성(?)을 가진 개념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이며,


다만 인간의 인지능력이 가진 한계로써 애써 세계를 이해하고 극복하려 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의미를 발견하고 그 발견이 축적되고 계승되어 지금의 종교나 사회학, 심리학 등이 공고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과학의 끝에는 어쩌면

우리가 신에게서 발견하고자 했던 것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


너무 미시적인 세계는

너무 거시적인 세계와 한통속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과학 따위가

이토록 사람을 센티멘털하게 만드는 것인지


수포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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