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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Jan 23. 2022

<사기를 읽다>

김영수, 유유 출판사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양자오 교수의 ~읽다 시리즈를 매우 재미있게 봤었다.


자본론과 종의 기원이 특히 좋았는데,

그 두 책이 아마 내가 가장 읽고 싶지 않았던, 그럼에도 너무나 많이 회자되어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문 손잡이를 돌리게 해준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든 견딜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평생 안 먹을 것 같았던 요리에 일단 포크를 갖다대게 한다.

어제보다는 소화 능력이 좋아졌어!하는 마음으로.


오늘 읽은 <사기를 읽다>는

양자오 시리즈는 아니지만,

앞서 읽었던 것들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게, 말하는 투로, 흥미롭게, <사기>에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청소년기에 일연의 삼국유사, 김부식의 삼국사기 이런 걸 암기할 때 사마천ㅡ 고자ㅡ 사기 정도로만 같이 들었을뿐, <사기>는 평생 읽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고자라니 안됐다,에만 집중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정독하고 소장도 하고 있지만

그런 간결한 문체나 갈등과 욕망의 스토리텔링이 없는 역사 관련 책이라면 너무 지겹고 딱딱하기 때문이다.

연대표와 관료 체제 같은 걸 암기하는 것이 싫고

세상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서 역사는 늘 나와 먼 세계의 과목이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사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오늘 저녁부터 친구의 두꺼운 <사기>1부를 빌려 책장을 넘기고야 말았다.


<사기를 읽다>는 <사기>가 고전으로서 매력적인 이야기구나, 읽어봐야겠는데?하고

믿음이 가게 해 준 책이 되었다.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진짜 제대로 해냈다.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팩트를 다루는 시각이 치우치진 않았는지,

저자가 당연히 아는 것이어서 설명을 생략해버리진 않았는지,

주류 담론을 답습하거나 그들의 리그를 옹호하지는 않는지 같은 것들을 내 나름대로 느끼면서 보는데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다른 강의나 방송을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듣지만

계속 이런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생물학에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이 이렇게

전문성과 객관성과 감동과 호기심을 다 충족해준다.


쉽게 다루면서 깊이 쓰기가 정말 어려운데,

그렇게 쓰면서 자연스럽게 <사기>를 읽게 끌어당겼으니


놀라운 매력의 책이다.




#사마천 #사기 #내가 고자라니,는 이제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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