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감각을 읽으며, 나의 일을 다시 바라본다

북클럽을 하고 있어요.

by Silver Rain

조수용 님의 책 <일의 감각> 을 읽으며, 쉬프트소사이어티 북클럽의 두 번째 시간을 맞았다.


우리는 ‘질문과 책’이 있는 북클럽답게 편안한 분위기와 안락한 공간 속에서 각 자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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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일을 하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오랫동안 패션회사와 유통회사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돌아보면 처음의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손이 익고, 경험이 쌓여갈수록
일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일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되었고,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깨달은 순간은 퇴사 후였다.


모든 것이 멈춘 뒤에야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나는 일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결국 나를 다시 읽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든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겉’이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늘 그 안쪽의 결이었다.
사물에도, 사람에도, 브랜드에도 겉모습과는 별개로 흐르고 있는 고유한 선이 있다.

나는 그 선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화려함보다 본질을, 큰 목소리보다 태도를 보는 사람.
누군가의 말 한 줄, 선택 하나에서도 그 사람의 기준과 내면을 읽어내는 감각을 가진 사람.

그 감각은 시간이 아니라 판단을 훈련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일을 통해 내가 바라는 또 하나의 모습은 누군가가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오래 미뤄둔 브랜드를 다시 꺼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른 각도로 바라본다.

나는 그런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공간과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 역시 그런 공간과 순간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때 생기는 온도, 그 안에서 오가는 문장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오늘도 사람을 잇는 일을 계속한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감정과 판단이 뒤섞여 흐려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선택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묻는다.

일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 방식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선명해지고,
조금 더 나다운 사람이 되어간다.

나는 일을 통해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읽어주고, 새로운 미감을 제시하고, 사람과 브랜드가 스스로의 중심을 찾도록 돕는 사람.

그 모든 역할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모인다.

“세상의 결을 읽고, 사람의 가능성을 잇는 디렉터.”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완성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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