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ft Society, 왜 만들었나

by Silver Rain

퇴사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이제 뭐 하세요?"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질문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이 술자리에서 물었다. "이사님이 좋아하는게 뭐예요? 좋아하는 음악은요?"

잠시 멈췄다.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늘 브랜드가 좋아할 만한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언제 마지막으로 생각해봤을까.

"어...어...그게."한참 머뭇거리다가 좋아하는 것이 떠오르지 않아 얼버무렸다. 그리곤 잠시 흘러나오는 BTS음악을 따라 부르니 "이런 곡도 아세요?"라고 묻는 지인의 말에 적지않게 당황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언제부터 이 질문이 어려워졌을까.

패션 회사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기획했다. 모든 브랜드의 중심에는 사람의 생각과 판단, 감정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일을 하며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었다. 데이터로 판단하고 트렌드에 맞추고 효율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시대. 나의 감각은 점점 뒷전이 되었다.

그날 이후 계속 나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오늘 좋았던 것. 듣고 싶었던 음악. 읽고 싶은 책. 별것 아닌 질문이었지만, 조금씩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 후의 시간을 다시 배움의 시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쉬프트소사이어티는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낮에는 생존을 위해, 밤에는 존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퇴근 후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으로 일한다. 회사에서는 누군가의 역할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나라는 이름으로 대화한다.

누군가는 브랜드를 구상하고, 누군가는 글로 감정을 정리하며, 누군가는 그저 듣는다.

이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변화의 감각이다. 하루가 끝나도 나를 지탱하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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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프트소사이어티를 판단력의 공동체라고 부른다. 누가 옳은지를 따지지 않는다. 대신 "나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묻는다. 서로의 경험이 쌓일수록 서로의 판단이 정교해진다.

AI가 빠르게 학습해도 인간의 판단력은 대체할 수 없다. 판단에는 시간과 감정, 삶의 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퇴근 후의 시간을 판단의 연습실로 삼았다.

쉬프트소사이어티는 퇴근 후의 취미 모임이 아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각 실험실이다. 우리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회사가 원하는 것, 시장이 요구하는 것에 맞추다 보니 정작 나는 사라진 건 아닐까.

이제 그 술자리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이 모임을 만들며 깨달았다. 쉬프트소사이어티는 나 혼자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의 브랜드라는 것을.

지금도 퇴근 후 서울 어딘가에서 나를 쉬프트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쉬프트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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