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세 가지 착한 일
35화 세 가지 착한 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준이는 고민에 빠졌다
“엄마… 나 아무리 생각해도 착한 일 두 개밖에 못 했어.”
준이는 진지했다.
정말로 심각했다.
“친구한테 가위 빌려준 거랑… 엄마 안마해준 거.”
그게 전부였다.
세 가지 착한 일을 해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체 모를 규칙 앞에서 아이는 자기를 심문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나쁜 아이야?”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착한 일 세 개 못 채우면 바로 ‘나쁜 아이’가 되는 이 잔혹한 평가는 뭐지?
그래서 나는 산타가 되기로 했다.
‘그래 내가 산타하면 되지.그리고 준이의 착한 일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준이는 “착한 일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는 걸 아이는 모른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매일매일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는 착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가기 싫은 날에도 학교에 가고,
울고 싶어도 교실에 앉아 있고,
화가 나도 숨을 고르고,
포기하고 싶어도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하루를 끝내는 아이.
이게 착한 일이라고 누가 가르쳐줬던가?
그래서 나는 산타 대신 준이의 착한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준이가 한 100가지 착한 일 >
친구에게 가위를 빌려준 일.
엄마에게 안마를 해준 일.
아침에 일어나기 싫었지만 일어난 일.
학교에 가기 싫었지만 간 일.
울고 싶었지만 교실에 남아 있었던 일.
화가 났지만 손을 쓰지 않은 일.
게임을 그만하라는 말에 결국 멈춘 일.
신발을 벗어둔 일.
잠자리에 누운 일.
오늘을 살아낸 것.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일상
아무도 착한 일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선택들.
그걸 아이는 매일 해내고 있었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이건 아이에게 주는 편지가 아니라 사실은 엄마에게도 필요한 편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눈에 띄지 않아도, 조용해도, 자기 속도로 잘 자라고 있다.
착한 일은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크리스마스아침 눈을 뜬 준이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트리앞에섰다.
산타가 자기를 잊지않고 찾아와서 기뻐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나쁜아이가 아니란 것이 증명된것 같아서 행복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준이는 말이 없었다.
웃지도 않았고 질문도 없었다.
다만 마지막 줄에서 고개를 들었다.
“엄마… 나 진짜 착해?”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산타가 100개나 적었는데, 더 뭐가 필요해.”
이 아이가 받은 선물은 장난감이 아니라 ‘너는 충분히 잘해왔다’는 결과라는 걸.
크리스마스는 착한 아이를 가려내는 날이 아니라 이미 애쓰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날이면 좋겠다.
오늘도 세 가지를 못 채워서 고민하는 아이가 있다면 산타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걱정 마. 너는 오늘도 너로서 충분히 착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