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2) 한국엔 중간이 많다 – 이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한국엔 중간이 많다 – 이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한국 사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간값의 민족”이다.
극단이 적다.
엄청난 부자도 없고 정말 처참한 빈곤도 드물다.
물론 고급 외제차도 있고
생활고 겪는 가정도 있지만
세계 10위 안의 재벌이나 극빈국 난민 같은 극단의 존재감은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닥도 얕고 꼭대기도 낮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한국은 나락까지 떨어지기는 힘들지만 정상까지 올라가기도 무지하게 어렵다.
사다리도 많고 그물도 많지만 로켓 발사대나 낙하산은 없다는 말이다.
가령, 부모가 억만장자는 아니라도 어지간하면 대학은 간다.
지방 국립대, 전문대, 사이버대, 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
어떤 형태로든 고등교육의 문은 넓다.
하지만 동시에 잡스,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업 영웅은 없다.
비슷한 신화를 이뤄내면 꼭 이렇게
“하지만 걔네 집안이 어마어마했대.”
“외국에서 공부했으니 가능했지.” 일단 의심부터 한다.
한국 사회에선 '혼자 크게 성공하는 것'은 다소 불편한 일이다.
뭔가 정해진 코스를 따라야 안심이다.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수능 → 대학 → 취업 → 결혼 → 아파트 → 출산 → 영어유치원…
이 코스를 벗어나면 주변에서 걱정이 폭발한다.
"휴학이요? 괜찮은 거죠…?"
"직장 안 다니고 창업요? 어머 세상에…"
"결혼 안 해요? 응? 계획이 없다고요?"
성공?
좋지.
그런데 너무 튀지 마.
너무 올라가지 마.
적당히만 잘 돼.
이런 눈빛이 사회 전체에 깔려 있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중간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기업 과장, 중견기업 부장, 공무원 7급, 교사, 은행원 등등이다.
엄청 부자는 아니지만 ‘안정감 MAX’인 직업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무서운 말은
“너 그 정도 벌면 됐지, 뭘 더 하려고 해?”이것이다.
이 말은 칭찬인 듯 보이지만 사실상 야망 제거 버튼이다.
다 같이 중간쯤 있으니까
안정적이고,
사회는 덜 흔들리고,
뉴스는 덜 자극적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재벌 3세를 억지로 만들어낸다.
왜냐고? 현실엔 재벌 3세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는 평균값이 높고, 분산이 좁은 사회다.
이 구조는 장점도 크다.
기본기가 좋다.
웬만한 사람은 한글 뗐고, 구구단을 외웠고, 컴퓨터를 쓸 줄 알고, 뉴스 맥락 파악이 가능하다.
대화가 통한다.
무슨 주제로 대화를 해도 완전히 못 알아듣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정치 얘기도 다들 어느 정도 논리로 대처한다. (물론 말싸움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안전하다.
최소한의 복지 시스템 + 개인의 정보력 + 부모의 ‘밀어주기’
→ 무너지지 않음. → 끈질기게 살아남음.
하지만 단점도 있다.
창의력이 덜 나오고,
도전은 눈치 보이고,
대박은 위험한 일처럼 보이고,
실패는 ‘엄마 단톡방’에서 분석 대상이 된다.
그 결과 우리는 다 같이 안정적인데 누가 한 명 갑자기 크게 성공하면 약간 불편하다.
그래서 "중간이면 된 거야?"
"아니면 중간이라서 아쉬운 거야?" 이렇게 고민이 된다.
정답은 없다.
중간이 나쁜 것도 아니다.
사실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중간 어딘가에 산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중간이 내 선택이었는가?"이다.
남들이 그어놓은 선 위에 얌전히 서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 선을 딱 내 기준에 맞게 골랐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중간이 많다.
그래서 평온하다.
그래도 때로는 조금 엇나가도 괜찮다.
조금 도전해도,
조금 빠져도,
조금 앞서가도.
왜냐고?
어차피 중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