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3) 모두가 ‘어느 정도’는 배웠다는 함정
모두가 ‘어느 정도’는 배웠다는 함정
한국은 참 교육에 진심인 나라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데 다들 알고 있다.
그만큼 배움에 올인한 민족이다
그 결과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대한민국 사람은 웬만하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부 못 한 사람은 있어도, 배움 자체를 못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자, 여기까진 아주 자랑스럽다.
이 정도면 문명사회 상위권이다.
그런데!
이게 바로 ‘평준화의 함정’이다.
모두가 ‘어느 정도’ 배웠다는 건 ‘그냥 좀 아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글을 잘 쓰는 애?
많다.
수필 잘 쓰는 애도, 독후감 마스터도, 자소서 장인도 넘친다.
요즘은 AI도 도와준다. 심지어 GPT도 감성 수필 쓴다.
이젠 “이 글 누가 썼냐?”가 아니라 “사람이 썼냐?”를 묻는다.
책 좀 읽은 애?
흔하다.
마법천자문 40권 정복, 조선왕조실록 전권 보유.
요즘은 유튜브로 책 줄거리 5분 만에 훑는 애들도 많다.
지식 전달은 속도전이 된 지 오래다.
수학 잘하는 애?
수두룩하다.
초1이 덧셈 끝내고 곱셈 들어간다. 초3은 소수 배우고, 초5는 중1 과외를 받는다.
문제집이 “개념+유형+심화+서술형+경시”로 진화했다.
심지어 문제 푸는 기계처럼 트레이닝된 아이들도 있다.
그러니까 이 상황에선…
“조금 잘한다”는 티가 안 난다.
글 좀 쓴다고, 책 좀 읽었다고, 수학 좀 빠르다고
“우와~ 얘 진짜 특별하다!” 이 반응? 안 나온다.
왜냐고?
중간이 너무 빽빽해서 다들 중상위권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옛날엔 50미터 수영하면 “와! 수영할 줄 아네!”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워서, 100미터 자유형쯤은 기본으로 한다.
평형, 접영 못 하면 오히려 “수영 못하네…” 소리 듣는다.
그러다 보니 진짜 특출 난 애가 튀기 힘들다.
예전엔 글 잘 쓰는 애가 한 명만 있어도 그 애는 학교 신문 담당, 교내 백일장 3년 연속 대상, 심지어 선생님이 “너는 문단에 나가야 돼”라고 말해줬다.
지금은?
모두가 어느 정도 아는 사회,
모두가 어느 정도 잘하는 사회.
이건 진짜 대단한 평준화의 성취다.
하지만 동시에 개성이 숨 막히는 사회이기도 하다.
튀면 안 되고 튀려고 해도 주변이 다 비슷해서 안 보인다.
“어? 나 수학 좀 잘하는데…”
“그래서 너 몇 등급?”
“아… 그 정도면 뭐, 보통이지…”
이 구조에서는 ‘잘하는 사람’보다 ‘독특한 사람’이 귀해진다.
그래서 요즘 진짜 눈에 띄는 애들은
‘외계어 쓰는 애’
‘공룡만 그리는 애’
‘똥 만화 전문 작가’
‘매일 같은 티 입는 집착의 아이콘’… 이상한 게 특별함이 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너무 일정한 기준을 채우느라 ‘이상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중간이 넓은 사회, 그건 분명히 안전하고 평등한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에서 진짜 빛나는 아이는 중간을 비껴나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좀 느리고,
좀 엇나가고,
좀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아이야말로 진짜 ‘자기만의 색’으로 살아가는 중 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