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따 써먹어?

2장 (7) 문제는 ‘긴장감’이다

by 작가

문제는 ‘긴장감’이다


한국 사회엔 독특한 긴장감이 있다.


“비슷해야 안심된다.”


비슷한 머리, 비슷한 옷, 비슷한 스케줄, 비슷한 말투.


그래서 모두가 같은 박자에, 같은 각도로, 같은 타이밍에 살아간다.

중 고등학생만 봐도 알 수 있다.


교문 앞에서 줄 서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얘들 혹시 군입대하는 거야…?”

헤어스타일은 5:5 가르마

패션은 교복체육복 + 검정 패딩 + 흰 운동화.

가방은 백팩 (반드시 검정).


다 똑같다.


왜 이런 ‘동기화’ 현상이 생길까?


답은 간단하다.

눈에 띄면 피곤하니까.


조금만 달라도 금방 알아챈다.

“쟤 머리 왜 저래?”

“쟤 학원 안 다닌대~ 신기하지 않아?”

“쟤 엄마가 공부시키는 스타일 아니래.”

“쟤 혼자만 저 문제 풀었어. 좀 유난 아냐?”

이게 진짜 무섭다.


“이상하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좀 튄다.”


이는 곧

“너 불편해”의 정중한 표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튀면 피곤하다.”

“조용히, 적당히, 평균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학습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발표를 잘했다. 칭찬도 받고 선생님도 좋아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쟤 또 나댔다.”

“자기만 잘난 줄 알아.”

“그만 좀 손 들어라.”이런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발표 잘하는 아이는 슬슬 손을 내린다.

속으로 “이제부터 나도 그냥 조용히 가자…”를 외치게 되어버렸다.


이건 마치 뭐와 같냐면…


검정 패딩 현상과 똑같다.


한국 겨울은 사실상 ‘흑백 영화’다.

학교 앞, 지하철역, 길거리, 심지어 연애하는 커플까지.

모두 검정 패딩을 입는다.


왜?


빨간 패딩은 튄다.

노란 패딩은 용기다.

흰 패딩은 유지비가 너무 든다.

그러니 무조건 검정!


검정은 안전하다.

검정은 말 걸기 어렵지 않다.

검정은 무난하다.


이 감성은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부는 중간쯤.

운동은 적당히.

예체능은 특별활동까지만.

발표는 눈치 보며 간 보기.


그래서 중고등학교 교실은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다.


하지만 가끔 너무 정돈돼 있다.


선생님이 질문해도 손 안 들고

숙제 검사를 해도 모두가 "네~ 했어요"하고 끝이다.


체육 시간에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한다.


“자율성? 창의성? 그런 건 교외 활동에서 알아서 하세요.”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점점 ‘나’를 감춘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 삼키고,

‘내가 진짜 잘하는 것’은 표준에 맞게 가공한다.


어떤 아이는 혼자서 지구의 탄생 순서를 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아이는 밤마다 혼자 웹툰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아이는 물고기 이름만 200개 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친구들 앞에서 말 못 한다.

왜냐고? “쟤 좀 유난이야…” 이 말 한마디가 모든 열정을 잠재우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튀는 아이를 인정하기보다 걱정하고 정돈하려고 한다.


“쟤는 왜 혼자만 그런 걸 좋아하지?”

“조금 더 또래랑 잘 어울리게 해 볼까?”

“그냥 보통처럼 살면 좋을 텐데…”

이게 바로 평균이라는 이름의 긴장감이다.

아이들에게 평균도 좋지만 다름도 괜찮다고 말해주자.


검정 패딩 말고

오늘은 빨간 패딩 입고 와도 된다고

발표 좀 많이 해도 괜찮다고

고등학생인데 별자리에 관심 있어도 멋지다고 말해주자.


그렇게 말해주는 사회 그게 진짜 평등한 교육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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