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토론토로
드디어 출발이다!! 밴쿠버에서 출발해 토론토까지 가는 4,500 km의 로드트립. 남편의 트럭에 캠핑 트레일러를 연결해 끌고 가는 14일간의 일정이다. 물론 더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아무런 예약 없이 그냥 가보기로 했다. 수많은 변수들을 만날 것이 분명하기에.
사실 언젠가부터 늘 이 말을 달고 살았었다. 꼭 북미 횡단 여행을 하자고. 캐나다 횡단이든 미국 횡단이든 암튼 더 늙기 전에 길게 잡고 한번 가보자고.
꿈이야 뭐든 꿀 수 있지만 솔직히 이런 여행은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어떤 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는 체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지만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한해 한해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이 왔다. 고맙게도 동서 국토 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딱 와준 것이다. 남편 하는 일 때문에 토론토로 이사를 가게 됐다. 사실 굳이 꼭 거처를 옮기지 않아도 가능하긴 하지만 중년을 넘어서는 우리 부부는 살짝 밴쿠버의 생활을 지루해하고 있던 차였다.
그럼 그냥 토론토로 이사 갈까? 애들도 다 거기 있는데. 일도 일이지만, 이제 애들이 결혼이라도 하면 가까이서 아기도 봐주고 해야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Why not? 이러면서 갑자기 우리 둘은 흥분 상태가 되었다. 가서 십 년 정도 살다가 또다시 밴쿠버로 오고 싶으면 오던지, 아니면 한국으로 가서 노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등등 이런저런 가능성을 맘껏 펼쳐 보았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집을 팔기 위한 우리들만의 프로젝트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둘이서 집안 페인트 칠을 다시 다 하였고, 구석구석 청소하며 광을 내었다. 22년을 살며 늘어난 살림살이 중에서 진짜 필요한 것들만 빼고는 거의 다 도네이션 박스에 넣어버렸다.
갑자기 일을 많이 해서 몸이 놀랐는지 중간에 코로나도 한번 걸려주고 …. 이렇게 우리는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요즘같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고맙게 일주일 만에 팔렸다. 아. 길이 열리는구나. 오케이 그럼 다음 단계로!! 이삿짐을 정리해서 컨테이너로 보내고, 그동안 정들었던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가 며칠간 이어졌다. 대화 속 우리 국토 횡단 계획을 듣고 나면 반응은 딱 둘로 나뉜다. 고생스럽겠다며 이해하지 못하거나, 멋진 도전이라며 응원해 주거나.
암튼 이제는? 더 이상 여기서 할 것이 없다. 바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