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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Nov 17. 2023

2주간의 포틀랜드 자동차여행

오레건 코스트와 마운트 후드


매년 가을이면 날씨도 선선해지고 여행지도 한가해지기 시작하기에 우리는 늘 2-3주 정도 작정하고 어디론가  떠난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올라도 너무 오른 비행기값과 호텔비를 생각하니 이번에도 캠핑카 여행이 적당하겠다 싶었다.  


밴쿠버에서 출발하는 로드트립의 일정을 잡다 보면 대강 넷 중 하나다.  휘슬러를 통과하며 위로 올라갈 것인지, 캘거리 방향으로 가서 로키산맥을 한 바퀴 돌 것인지, 동쪽 와이너리 풍부한 사막지대 오카나간 쪽, 아니면 아래로 내려가 국경 통과해서 미국 시애틀을 지나갈 것인지. 


차 휘발유값을 포함한 미국 물가가 캐나다보다 더 오른 것 같아 이번에는 캐나다 동쪽으로 가기로 했었다.  2주간 일정이니 좀 여유 있게 오카나간에서 며칠 있다가 조금 더 가서 앨버타 주의 Writing-on-Stone Provincial Park을 가보려고 했다.  '미니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검색해 본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BC 주 산불이 아주 심각했기에 예약을 전부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행제한 조치는 풀렸지만 미안한 마음에 그쪽으로는 차마 놀러 갈 수가 없었다. 여기는 다음 기회에...


서둘러서 목적지를 바꿨다. 새로우면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오레건주 포틀랜드가 딱이다. 몇 번 자동차 여행 중 지나가기는 했지만 제대로 둘러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지루하지 않게 바다, 산, 도시를 적절하게 섞어서 일정을 짜봤다. 


남쪽으로 내려와 국경 통과 후 오레건 코스트 쪽이 먼저다.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이어지는 환상의 해안도로 드라이브 길로 알려진 101번 하이웨이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이어지는 캐나다 99번 sea to sky 고속도로와 많이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바다와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최고다. 



오레건주가 시작되는 서쪽 해변에 Astoria라는 작고 예쁜 항구 도시가 있다. 미국 서부 최초의 정착지였던 이곳은 오레건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한다.  101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6km가 넘는 다리가 나온다. 가슴이 뻥 뚫리며 괜히 벅찬 감정이 들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그 감흥을 카메라에 전혀 옮길 수가 없다. 


일단 Astoria 근처 Fort Stevens State Park의 캠핑장에 체크인을 했다.  해변에 가까운 아주 인기 있는 곳이라 예약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캐나다의 주립공원 캠핑장에 비해서 캠프 사이트 각각의 크기가 너무 작고 옆 사이트와 간격이 너무 가까워서 맘에 쏙 들지는 않지만 전기와 하수도 시설이 있는 편리함은 있었다.  이곳에 며칠 머물며 여기저기 블로그에서 소개한 곳들을 돌아보며 여유 있는 쉼을 즐겼다. 







다음은 산으로 갈 차례다.  포틀랜드 관광 책자마다 나오는 가장 상징적인 산이 Mt. Hood이다. 만년설이 쌓인 후드산을 중심으로 그림 같은 호수도 많고 오고 가는 길 자체가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 근처에 며칠 머물고 싶은데 너무 늦게 예약을 시도하는 바람에 가능한 캠핑장이 없었다.  그러던 중 무료로 합법적으로 캠핑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트릴리움 호수에서 가까운 곳인데 누군가 올린 동영상으로 봤을 때도 꽤 넓고 안전해 보였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대강 근처 주소를 찍고 찾아갔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크고 깨끗하고 좋았다.  심지어 가끔 관리인이 돌아보며 관리까지 해주는데 공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멀지 않은 곳에 트릴리움 캠핑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물도 떠올 수 있었다.  며칠 있으면서 산에도 올라가고 호수에서 카약도 타고 산책도 했다.  이곳은 다음에도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이제 세금 없는 포틀랜드에서 쇼핑을 즐길 차례다.  아웃렛이 가까운 Champoeg State Historic Park의 캠핑장으로 갔다.  이곳은 예약할 때 여유가 좀 있어서 전기가 있는 사이트에서 며칠 있기로 했다.  아웃렛도 가고 포틀랜드 시내 관광도 할 목적으로 별 기대 없이 예약한 곳이었는데, 세상에나...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공원 자체도 엄청 크고 사이트도 넓었다.  산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모양의 나무들과 펼쳐진 평원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해가 살짝 넘어가려는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풍경이 황홀하기까지 했다.  나머지 일정을 이곳에서 보내며 또 한 번 느꼈다.  부부가 중년의 위기를 넘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함께하는 캠핑이라는 것을...  여기도 다음에 꼭 다시 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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