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시원하다!!
오랜만에 밴쿠버에서 조금 멀리 와봤다.
이번에 힘들게 예약한 곳은 해리슨 핫 스프링스 (Harrison Hot Springs)라는 유명한 온천 근처의 Hicks Lake, Sasquatch Provincial Park, BC 캠핑장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여러 사이즈와 온도의 온천 수영장을 부대시설로 갖고 있는 호텔로 자주 주말여행을 왔던 곳이다. 밴쿠버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라 부담 없고 애들과 시간 보내기에는 물놀이만 한 게 없으니까.
호텔에서 온천수영도 즐기고 작은 다운타운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도 먹고, 바로 옆 해리슨 호수 근처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아이들은 다 커서 독립했고 우리 부부는 정말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웬만해서는 십 년이 지나도 별 변화가 없는 캐나다 답지 않게 호수 근처와 다운타운이 꽤 많이 변해있었다.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산책길도 새로 싹 정비되어 있었다. 예전보다 자연 날것의 느낌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았다.
옛날 추억에 젖어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다시 캠핑장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이 근처에 이렇게 BC 주립공원 캠핑장이 세 군데나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우리는 그중 Hicks Lake Campground로 갔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날씨도 더운데 얼른 수영이나 하러 가자 하고 부지런히 카약에 바람을 넣었다. 당일로 물놀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호수가 워낙에 커서 전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재빨리 카약을 띄우고 들어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중간중간에 작은 섬들이 있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맘에 드는 섬 하나를 찍어서 그쪽으로 가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카약을 떠내려가지 않게 잘 묶어두고 물속으로 바로 들어갔다.
너무 시원하고 너무 좋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묘한 해방감이다.
사실 50 넘은 아줌마가 수영복만 남기고 훌렁 옷을 벗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분명 나도 젊었을 때는 자유롭게 수영복 차림으로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어째 어째 살다 보니 내 나이 50 이 넘었고, 비키니를 맘껏 입을 정도의 몸매는 더 이상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는 정말 괜찮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이 무인도에는 나와 남편뿐이다. 아싸 ~~ 하고 물에 들어가는 순간 힐링이 온몸을 감싼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호수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수영하는 바로 지금, 여기. 이곳이 바로 천국 아니냐며 연신 감탄한다.
그동안 잠자던 근육을 깨워가며 열심히 물에서 놀았으니 오늘은 잠도 잘 자겠지?
이렇게 오늘도 행복 만들기에 성공한 하루를 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