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그저 멀리 있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디지털 디톡스 여행

by koboimda

2010년, 나는 인턴 생활에 지쳐있었다.


그저 인턴이었지만 거의 매일 밤 10~11시까지 야근을 했고, 하루 종일 앉아있는 탓에 디스크 증상까지 와서 점심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곤 했다. 그럼에도 나의 능력과 쓸모를 인정받고 있다는 흥분에 인턴 기간을 연장하고, 이후 용병으로 불려 와 파트타임으로 일을 돕기도 했다.


어느 날, 무작정 먼 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물론 무작정 빵꾸를 내겠다는 건 아니고, 인턴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 전에도 여러 나라 여행을 다녀봤지만 미지의 먼 곳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갈 수 있는 워크캠프 프로그램을 찾았다. 마침 아이슬란드는 화산 피해를 복구하던 시기였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렇게 무작정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약 일주일 정도를 보낸 후, 바르셀로나 → 런던 →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의 수도)의 루트를 따라 아이슬란드에 가기로 했다. 런던에서 대기시간이 좀 길어서 공항 안의 PC방 같은 곳에서 남은 동전을 넣어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10년 전에는 그랬습니다),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비행기의 출발 예정 시간이 8:20pm에서 3:10am으로 미루어졌다는 메일이었다. 당시에는 읽을지 확실치도 않은 메일 한 통으로 이런 소식을 전하는 항공사의 대처 방식이 황당했지만, 여행자에게 기다림이란 익숙한 존재다. 마침 이때가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몇 달 후였어서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비행기는 출발이 좀 더 지연되어 5:00am 즈음에나 공항을 뜰 수 있었다.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작은 비행기는 지정석도 따로 없이 마음대로 자리를 골라 앉는 시스템이었다. 승객도 그리 많지 않아서 냉큼 창가 자리에 앉아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아이슬란드를 내려다보았다. 런던에서 아이슬란드까지는 3~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아이슬란드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쌀쌀해졌다. 도톰한 후드티를 꺼내 입고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첫 발을 내디뎠다.


드디어 도착한 그곳은 휴대폰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없고, TV도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디스크에 시달리던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먼 곳'.


아직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도 없었던 그때, 자연스레 백야 아래서 자연을 마주하고, 책과 대화와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휴식이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다시 꺼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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