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달은 반대로 차오른다

볼리비아 소금사막 그 너머

by koboimda


우유니 소금사막을 거쳐 조금 웃기게 생긴 선인장 숲을 지나, 노을이 하늘을 뒤덮을 때 쯤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DSC02313.JPG 선인장 숲에서 만난 라마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세워진 우리의 작은 숙소는 불투명한 우윳빛을 띄고 있었다. 그 색의 정체는 바로 소금이었다. 단단한 소금 결정으로 벽돌을 쌓아 올리고, 바닥에도 소금이 깔아두어 마치 모래사장 같았다. 건물 내 모든 가구들 역시 소금으로 만들어졌다.


DSC02357.JPG 소금호텔 라운지


안그래도 바람이 엄청난 곳이라 낮에도 긴 옷을 꽁꽁 싸매입고 다녔는데, 해가 질수록 점점 더 기온이 떨어졌다. 이 세트장 같은 소금 호텔은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건물처럼 생겼지만 통풍도 난방도 거의 안 되는 곳이었다. 이러다 얼어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애써 잠재우며, 실내와 온도가 똑같은 실외에서 감탄스러운 하늘을 감상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차오르는 대신, 위에서 아래로 차오르는 익숙치 않은 형태의 달을 보면서 1Q84 생각이 잠깐 났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끼는 이런 비일상적인 경험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준다. 지금 이렇게 기록을 남기며 누군가와 이 경험을 나눌 생각을 하니 다시 조금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


DSC02345.JPG 넋 놓고 바라본 하늘


그냥 자기엔 (너무 추웠고) 아쉬웠던 사람들은 한참 수다를 떨었다. 친구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Fernet라는 아세톤냄새나는 술을 콜라에 섞어먹으며 차마 밝힐 수 없는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조금 친해진 우리들은 덜덜 떨면서 각자 잠자리로 들었고(갓 블레스 핫팩) 그렇게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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