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소금사막 그 너머
2013년의 추석은 수-금을 꽉 채운 황금 연휴였다. 연휴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던 어느 날, 거실 소파에 앉아 남미 일주 여행 중인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그럼 추석 때 볼리비아에서 만나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신나는 마음이 이성을 앞질러 바로 티켓을 끊었고, 황열병 주사도 맞고, 당시 어느 아파트 단지 상가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볼리비아대사관에 가서 비자도 받았다.
볼리비아 수도의 라파즈 공항은 전 세계 공항 중 가장 고도가 높다. 라운지에서 고산병에 좋다는 코카차를 마시고, 어찌어찌 친구를 만나기로 한 우유니의 한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동네 한 바퀴 둘러보니 해가 다 졌고, 친구도 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타지에서 아는 얼굴 만나는 게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다음 날, 거리에 주루룩 붙어 있는 투어 오피스 중 한 곳에 들어가서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신청했다. 2박 3일 코스였다. 나와 친구, 그리고 친구가 남미 여행 중 만난 다른 친구 한 명인 우리 셋은 브라질 아이들과 한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드라이버 겸 쉐프 겸 가이드 아저씨의 볼리비아식 트로트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며, 투어의 첫 코스인 기차무덤에 도착했다. 1880년대 말 유럽 자본이 볼리비아 광물자원의 운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1940년 광물이 고갈되자 버려진 곳이다. 광활한 황무지에 거뭇한 녹으로 뒤덮인 기차의 잔해가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된 기차 무덤을 오르내리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기차무덤을 지나 그 유명한 우유니 소금사막에 다다랐다. 9월은 건기 시즌이라, 소금이 눈밭처럼 하얗게 말라 있었다. 하얀 소금에 태양이 반사되어 멀리에 있는 산이 둥둥 떠있는 듯 신기루가 보였다. 가이드 아저씨는 산의 미네랄이 녹아서 만들어진 소금이라고 했고, 네이버는 수만년전 지각변동에 의해 솟아오른 염호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드넓은 소금밭에 발을 디디고 있는 건 자각할수록 요상한 경험이다. 바닥을 햝아 간을 맞출 수 있다니! 하지만 소금을 찍어먹어보니 짜다 못해 강한 쓴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쉬운대로 이미 간이 된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소금을 깔고 앉아 끼노아와 라마고기를 접시에 담았다. 문득 볼리비아행 티켓을 끊을 땐 잠시 떠나있었던 이성이 돌아왔다. 추석에 지구 반대편 소금더미에 앉아 처음 보는 아이들과 처음 먹어보는 라마고기를 입에 넣고 있다니. 매일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몇 번째 수정인지도 모르겠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만이 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 지금 여기,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한복판에 내가 있다는 것이 벅차오른다. 여행의 이런 순간들은 정말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