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외출
비상이 걸렸다.
고령의 환자 한 분이 말도 없이 사라지신 것이다.
전화를 들고 여기저기 연락하고, 휴게실과 화장실등 구석구석 찾으러 뛰어다녔으며, 모니터로 CCTV를 돌려보며 사라진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헤매었다.
직원들은 그야말로 똥줄이 타들어갔다.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기를 30여분.
"아니 할머니!,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 거예요!"
잔뜩 긴장했던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할머니는 그런 분위기는 아랑곳 않고 웃으시며 병실로 들어가셨다.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말려 있었고, 향긋한 샴푸 냄새가 남아 있었다. 병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오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창가에 앉았다.
“오늘은 나 좀 예쁘지 않아요?”
할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병원 규정을 무시하고 외출하신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넘어지거나 다치실까 하는 두려움이 컸었는데, 무사히 돌아오신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마음대로 외출하시면 안 되죠. 다치시면 어쩌시려고요. 뭐 예쁘긴 하시네요.”
나는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 마음대로 살다 갈래. 우리 아들이 온다 했거든.
오늘만큼은, 우리 아들에게 예쁜 모습 보여주고 싶어.”
그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은 병문안을 거의 하지 않았고, 지난번 병원 방문 때도 불편한 기색만 보였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는 그 짧은 순간마저 소중했던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 행복해했지만, 그분의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진실을 그 순간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하루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고 기다리던 아들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점점 마음을 닫아가는 듯 보였다.
눈빛이 흐려지고, 작은 표정마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하루 종일 병실 출입문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 막내아들이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그 순간, 할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 얼굴에, 모든 걱정과 외로움이 사라지셨는지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 지으셨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속삭이듯 나온 말에, 병실 안은 고요하지만 강렬한 감정으로 채워졌다. 아들을 만난 어느 한 부모는 그렇게 힘을 되찾는 듯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 다음 날 아침, 할머니의 눈동자가 천천히 풀렸다. 스테이션과 병실은 난리가 났다. 같은 병실에서 입원해 있던 환자와 보호자, 해당 층을 맡고 있던 간호사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담당 주치의가 펜라이트를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내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잔인한 시간이었다.
구급차의 뒤편.
할머니의 옆에서 떠나지 않으시던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셨다. 아마 미용실 사건도 두 분의 마지막 합작품이 아닐까?
헤어짐을 나누는 마지막 장소에서 할아버지는 나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이셨다.
“선생님, 고생 많았어요.”
정작 힘드신 분은 할아버님이실 텐데...
그 말속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릴 길이 없어서
서로 안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나는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하늘을 밝히고 있는 태양이 보일 법도 했다.
퇴근하는 길.
스쳐가는 노을과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미용실에 다녀온 할머니의 고운 모습이 떠나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편히 쉬세요. 할머니. 당신은 마지막까지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