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제라프 훈련센터 (1)

컴뱃 프레임 워크

by 훌륭하다

휴가팀들이 복귀하고 첫 훈련.

EQI 지휘부가 훈련에 참관한다는 비일상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니, 안 바빠? 안 바쁘냐고.’

‘오늘 훈련은 죽었다 생각해야겠네.’


“자, 주목 오늘은 EQ가 만든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예? 하던 대로 하면 되는걸 굳이…’

‘부팀장님. 이게 무슨 소리요.’

‘얼굴은 열일한다만, 그렇지 않은 입술.’


군인은 변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는다.


왜?


힘드니까.


그렇다.


군인에게 변화가 주는 의미는, 카메라 앞에서만 억지로 걷는 좀비의 한 걸음.


최첨단 기술은 화려하고 실속 있다지만, 군인의 신분이 편해지는 날이 오지는 않더라.


어쨌든, 오늘 소개할 것은 ‘컴뱃 프레임 워크 프로그램’ 되겠다.


이게 뭐냐 하면, 셀 필드의 존재를 확인한 EQ가 상준에게 어필하려는 건지, 온갖 무술을 짬뽕시켜 집대성한 다중 무술을 브레인 뉴로 그리드… 즉, 무술을 머리에 때려 박아주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지금까지 편한 훈련은 세상에 없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머리에 기술을 때려 넣고 빠르게 습득하니 마냥 쉬울 것 같지만, 배움에 지름길이 어디 있으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돔 구장 형태의 종합 훈련센터.

지휘부와 간부들이 VIP 관람석을 채우며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그 빛을 위해 들어간 노력의 대가는 0에 수렴하겠지.


그냥 그렇다고.


말이 관람석이지 편안한 무중력 의자에서 안경 하나 착용한 것뿐이다.


리얼 접속기를 통해 보는 훈련장은 사각이 없는 360도 각도로 중계된다.


​"야 오늘은 난리도 아니다. EQI 고위직들 총출동이야.”


"저게 그건가? 컴뱃 프레임 워크?"


“그건 그냥 시스템이고 헤일로가 기억 주입 장비라던데?”


“부팀장님이 시연하는 거 아니야?”


“왜 아니래, 당연히 맞지.”


“에밀리. 우리 부팀장님 어떡하냐. 주사기처럼 침습적인 거 아니야?”


“머리에 쓰고 있기만 하면 된대.”


“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특무대는 뭐 하고?”


“구경이나 하겠지? 수아야. 우리 부팀장님이 특무대랑 비교해서 꿀릴 건 없잖아?”


“그… 그렇지. 얘는 당연한 걸 가지고. 그냥 특무대 안보인지 오래돼서 그래.”


“휴… 너나 나나 둘 다 큰일이다.”


“… 그러게 말이야.”





​상준은 망설임 없이 뉴로 링크 헤일로를 착용했다.


“제라프 요원들은 잘 지켜봐라.”


측두엽의 해마와 대뇌피질 정보 저장 부위에 정확히 접지되는 형태의 헤일로를 착용하자, 미세한 빛이 깜박였고, 방대한 데이터가 그의 신경망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10초.


이 짧은 순간, 그는 과거의 무술과 현대의 격투술의 정보를 모두 저장한다.


잠시 후 헤일로의 푸른빛이 꺼졌다.


정보와 함께 저장된 컴뱃 프레임 워크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올바른 움직임을 제시할 것이다.


어디 얼마나 변하는지 볼까?


중앙에서 홀로그램 타깃들이 튀어나오자,

상준은 마치 무협 영화의 고수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려함과 폭발력이 조화된 움직임.


셀 연동을 강화시키자 푸른빛이 그의 손과 발의 움직임을 따라 벚꽃처럼 흩날렸다.


VIP 관람석에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게 바로 그 프레임 워크의 진수군.


“셀 제어력이 상상을 초월하네요.”


“어떻게 저렇게 안정적인 에너지 흐름을 가질 수 있지?”


약 30분간 시연이 이어졌고 프레임워크의 완벽한 궤적을 마무리 짓는 순간, 특무대 대장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일어났다.


“움직임은 꽤나 화려하군. 그러나 실전성은 글쎄? 릴리 위원장님. 우리 대원 하나를 내려보내도 되겠습니까?”


릴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대장인 카르시아 랜돌은 대원중 가장 강한 대원에게 시선을 보냈다.


​“저기 제라프의 일인자라 불리는 어리석은 녀석에게 진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어라.”


​특무대 대원은 지체 없이 상준의 옆으로 뛰어내렸다.


쿵!


강제 각성의 힘을 끌어올려서인지

그의 슈트 아래 피부에는 검은 균열이 생겨났다.


“호오. 특무대인가?”


“그렇다. 너도 각성자라며?”


“다 같은 각성자가 아닌데, EQ가 말 안 해줬나?

하긴 비밀이었지.”


“내가 우스운가 보군.”


“특무대는 위아래가 없나? 난 부팀장이다.”


“우리는 EQI의 깃발 아래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위원장님과 대장님 외에는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말이지.”


“편하게 밟아줘도 된다는 소리군.”


​상준은 피식 웃었다.

베일에 싸인 특무대.

‘오늘 그 장막을 벗겨주마.’


“문답무용.”

​특무대 대원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는지 상준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궤도가 엉망이었지만, 그의 폭발력은 훈련소 전체를 뒤흔들었다.


상준은 태극의 원을 그리며 유연한 방어 자세로 공격을 흘려냈다.

특무대 대원의 주먹이 빗나가자 훈련장 벽에 깊은 금이 갔다.


대원의 몸에서 검은 균열이 더욱 짙어지며 폭발적인 셀 에너지를 뿜어냈다.


훈련장 바닥이 쩍- 하고 갈라질 정도의 강력한 펀치가 상준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상준은 마치 투명한 실에 매달린 듯,

눈 깜짝할 새 몸을 뒤로 젖히며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주먹은 상준의 콧등을 스치고 지나가 훈련장 벽에 구멍을 뚫었다.


​대원은 주먹이 빗나가자마자 몸을 회전하며 하단 발차기를 시도했다.

발차기는 마치 작렬하는 불꽃처럼 상준의 다리를 노렸다.


상준은 미소 지으며 한 발로만 균형을 잡은 채,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올랐다.


공중에 뜬 상준은 그대로 태권도의 돌개차기를 응용, 대원의 관자놀이를 향해 발꿈치를 날렸다.


돌개차기ㅡ뒷차기ㅡ스위치 킥ㅡ니킥.

엘보우ㅡ잽. 크로스ㅡ바디 훅ㅡ핑거 잽.

용권ㅡ백핸드 스핀.


모두 떼기ㅡ꺾어 던지기ㅡ되치기

마운트ㅡ암 트라이앵글 초크

파운딩과 암바ㅡ손가락 꺾기로 이어진

연계기를 폭풍처럼 퍼부었다.


엄청난 충격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대원은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박차고 솟아올라

강렬한 발차기를 날렸다


상준은 절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각도임에도, 브라질 유술의 유연함으로 허리를 비틀어 공격을 비껴냈다.


동시에 그의 주먹에서 푸른 에너지의 파동이 터져 나와 대원의 흉부를 강타했다.


대원은 몇 걸음 비틀거렸지만, 광기에 찬 힘으로 버텨냈다. 그의 두 눈에 귀화가 끓어오르며 지그재그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한 맹수와 같았다.


하지만 상준의 눈에는 대원의 움직임이 느린 영상처럼 보였다.


컴뱃 프레임워크가 가장 효율적인 틈을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상준은 그 궤적을 따라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그의 옆구리에 수십 발의 절권도 펀치를 퍼부었다.


주먹 한 발, 한 발에 셀 에너지가 실려, 대원의 몸은 드럼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처럼 시원하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

분노에 먹혔음인가?

​특무대 대원의 균열이 점차 온몸에 퍼지기 시작하며 폭주하는 상태로 일격을 준비했다.


그의 양손에 셀 에너지가 집중되며 흡수된 자의 파괴력이 응축되었다.


훈련장 전체가 진동하고, VIP 관람석의 무중력 의자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준은 미동도 없이 그를 응시했다.


이윽고 대원은 "죽어라!"라고 외치며 방어를 도외시한 최선의 공격을 퍼부었다.


상준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푸른 에너지가 몸을 감싸며 원을 완성했다.


국선도나 기천문을 떠올리게 하는 동작이었다.


대한민국의 태극권이라 생각하면 된다.


모든 파동을 흡수하고 제어하는 듯한 움직임. 상준은 마치 호수 위의 그림자처럼 파동 속으로 사라졌다가, 대원의 등 뒤에 나타났다.


​“제어하지 못하는 힘은 몽둥이에 불과하다. 너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을 뿐.”


​상준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바닥에서 응축된 푸른 에너지가 특무대 대원의 등에 박혔다.


콰아앙-!


폭발적인 충격파가 훈련장 전체를 뒤흔들었고, 특무대 대원은 비명을 지르며 훈련장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의 몸에서 검은 균열이 점차 사라지고 움직임 또한 멈췄다.


기절한 것이다.


한동안 침묵이 내려앉았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우와와~ 부팀장님 멋져요.”

“어쩜, 역시 우리의 선배님.”


상준은 VIP석을 바라보며, 정확히는 특무대 대장 카르시아 랜돌과 눈을 마주치고는 한마디 했다.


“더 없나?”


카르시아는 한껏 인상을 구기다가 위원장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대원들과 훈련센터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