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훈련
컴뱃 프레임 워크, 즉 CF의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AID와 일반인은 차이가 크니까 CF의 효율이 다르겠지만, 나름 나쁘지는 않은데?
힘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상준과 EQ는 단계적 주입 계획을 조율했고,
오후 늦게 제라프 요원들의 시술이 계획되었다.
하르켄 팀장이 가슴에 공기를 잔뜩 넣고 큰 소리로 전달했다.
“제라프 전원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후에 전술훈련을 실시한다. 그리고, 훈련이 끝난 후 CF 모듈 주입이 계획되어 있으니 그리 알도록. 해산!”
“아흑, 역시나 CF고 뭐고 전술훈련은 안 빠지는구나.
오늘은 살짝 설렜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한식 코너로 가야겠다.”
“어? 오늘 거기 무슨 특식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오래전에 대한민국 황제가 먹던 음식이라던데?”
딱!
아얏.
두두두…
“뭐해 인마!, 달려!”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먹는 것에는 언제나 진심을 담는 게 인간이더라.
점심 식후.
아직 본격적인 훈련 시작 전, 삼삼오오 모인 요원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에너지 드링크를 홀짝이며 나른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민준이 양팔을 쭉 뻗으며 장동현에게 물었다.
“야, 장 선수. 팀장님은 아까 전달만 하고 오늘도 안 나오셨냐?훈련 때마다 코빼기도 안 비치신 것 같은데.”
동현이 훈련장 입구를 힐끗거리며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뻔하잖아. 우리 낙하산 팀장님, 지휘부 ‘인맥 다지기’ 바쁘시겠지. 자기 팀원들 땀 흘리는 거 구경하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신 분 아니겠어?”
“아…, 부팀장님이 우리 팀장이었으면 좋겠다.
지휘나 실력,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잖아.”
민준이 혀를 차며 한 곳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그의 시선은 훈련장 벽면에 걸린 EQI 본부의 웅장한 로고를 향해 있었다.
민준은 EQI 특무대 A.S.A (Advanced Special Assignment Unit) 에 발을 들이기 위해 제라프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중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차수아와 에밀리 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팀장님이시면 뭔가 대단한 분이시겠죠?”
“저희도 언젠가 팀장님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건가요?”
민준이 픽 웃었다.
“수아야, 넌 아직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그분은 그냥 줄을 잘 서서 그 자리에 간 거야.
실력? 글쎄. 우리가 훈련하는 걸 보러 오는 것도 귀찮아하는 양반이 알면 뭘 알겠냐.”
이때, 옆에서 칩 형태의 자동 통역기로 조용히 듣고 있던 로버트가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야, 말조심해라. 그래도 '팀장'이라는 직함이 괜히 있는 건 아니지. 게다가 이 훈련장을 직접 관리하는 건 우리 팀장님이니까. 경기 도시 작전 때도 부상 중에 팀원들 챙기셨다고 하더라.”
민준은 이내 말을 돌렸다.
“크흠. 아무튼, 우리는 저런 낙하산 말고, 진짜 실력자를 보고 배워야 해. 실력이 검증되고 유일하게 믿을 만한 분은 우리 차 부팀장님뿐이지. 여기 봐. 다른 팀장들까지 존칭 써가면서 부팀장님에게 훈련받고 있는 게 그 증거잖냐.”
바로 그때였다.
훈련장 입구의 자동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상준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훈련 때는 극도로 가라앉은 차가운 눈빛 때문에 평소처럼 말 걸기가 힘들었다.
그의 등장에 웅성거리던 요원들 사이로 미세한 긴장감이 흘렀다.
압도적인 존재감.
제라프 10개의 전술팀 훈련을 총괄하는 차상준 부팀장.
차상준은 늘 그렇듯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며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요원들을 훑었다.
다다다.
요원들은 순식간에 대형을 갖추었다.
“잡담 끝. 훈련을 시작한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훈련장 전체에 골고루 울려 퍼졌다.
“오늘은 시가지 전술 모의 훈련이다.
특히 K-26 전자총, 개량형 수류탄, 휴대용 유도 미사일 훈련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이어서 사격 훈련, 중력장 적응 훈련, 반사신경 강화훈련, 전술훈련, 그리고 기동 훈련까지다.”
상준은 제라프 요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휴가와 훈련을 착각하지 마라. 그리고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강하 훈련 간 반중력 강화 패키지 사용도 포함된다. ”
혹시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자. 오늘 저녁 식사는 없다.
“각 전술 팀장은 자기 팀원들만 챙기지 말고,
다른 팀 병아리(신입 요원)들도 케어하면서 진행한다. 알겠나? ”
“네! 부팀장님.”
각 전술 팀장의 우렁찬 대답이 가관이다.
계급이 자신보다 낮아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흔쾌히 대답하는 팀장들이었다.
요원들은 시뮬레이션 헬멧을 쓰고 VR 임펄스 슈트를 착용한 후에 각자의 포지션으로 흩어졌다.
차상준 부팀장의 지시에 따라 훈련장 바닥에서 도시가 솟아오르고, 홀로그램 전투 로봇과 드론 편대가 건물 사이를 맹렬하게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김민준, 좌측 돌파! 동현이는 중앙 수비.”
“수아는 우측 견제, 에밀리 엄호해 줘, 로버트 멈추지 마라.”
“오스카! 너는 혼자 돌진하지 말고, 동료들과 보조를 맞춰.”
“세르게이. 넌 왜 구석에 숨어있는 거야!”
“2 팀장, 4 팀장! 요원들과 죽으러 가냐!,
다른 팀은 보조 안 맞춰?”
상준은 요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도, 때로는 직접 홀로그램 적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무수한 레이저 탄환이 스쳐 지나갔고, 그의 몸에 명중하는 탄환은 없었다.
동현이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진짜…. 인간이긴 한 건가?, CF 때문에 더 괴물이 되었네.
저렇게 피할 확률이 얼마나 되지?”
제라프의 대략적인 육체적 능력은 세계 상위 10%였지만,
상준의 움직임은 그들의 상상조차 불허했다.
요원들의 최고 속도는, 그가 하품하며 걷는 수준이었다.
훈련장 바닥이 기울고, 건물들이 무너지며 새로운 지형이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중력장이 지구 중력의 20%가 더 증폭되자 요원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하지만 상준은 가차 없었다.
“버텨! 너희의 잠재력은 그 정도가 아니다!
끝까지 밀어붙여라!”
그의 목소리에 요원들은 이를 악물었다.
휴대용 드론 미사일이 홀로그램 적들을 향해 날아가고,
반사신경 훈련을 위한 급작스러운 표적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마지막으로, 훈련장 천장이 열리며 반중력 강화 패키지가 투하되었다.
패키지를 장착하자 갑자기 우주에서 지구로 자유낙하 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으… 으아악 ~ ”
잠시 멘탈이 염라대왕 콧수염이 보인 것 같다.
착각이겠지.
전 세계에서 뽑아놓은 요원들이었기에 곧 대형을 이루며 헤드다운과 카빙을 시도했다.
이때 강하 패키지로 추진이나 역추진 또는 정지 비행 등을 훈련하며 감을 잡아갔고, 휴대용 유도 미사일로 표적화한 목표물들을 타격하며 예상되는 착지 지점으로 하강했다.
강하 완료 시점부터 시가지나 바다 그리고 산악지형,
또는 사막 지역 등의 환경에서 온갖 장애물과 적들의 공격을 받으며 기동 훈련 또한 실시했다.
제라프 전술팀들은 단련된 신체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시뮬레이션 속 적들을 상대하고, 상준의 지시에 따랐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혹독한 훈련이 마침내 멈췄다.
훈련장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채, 땀 냄새와 전자 탄의 잔향이 섞인 공기가 훈련장에 가득했다.
요원들은 바닥에 주저앉거나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경외심이 섞인 시선이 부팀장을 향하고 있었다.
상준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크으…. 오늘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온몸의 근육이 다 타버린 것 같아. 방금 기동 훈련은 사람 잡겠더라.”
민준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손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동현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야, 민준아. 이 정도도 힘들면 나중에 실전 나가서 어쩌려고 그러냐? 우리에겐 아직 체력적인 여유가 있어.
솔직히 차 부팀장님 훈련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성장해서 버티는 거지.”
동현이 차상준이 서 있는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움직임으로 저 많은 훈련용 드론을 다 피하고, 심지어 우리가 K-26 전자총 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거 보면 진짜 괴물 같아.”
“인정. 괜히 '제라프의 일인자' 소리 듣는 게 아니라니까.”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에너지 드링크를 단숨에 들이켰다.
“근데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부팀장님이 국제 용병 계에서는 사신으로 불렸다며? 심지어 각성도 하시고.
그럼, 본부에서 에이스 대접받으실 분이 왜 여기서 구르고 계시는 거지? 제라프가 ‘세계 최고 특수기동대’라지만 A.S.A 특무대랑은 비교가 안 되잖아?”
듣고 있던 수아와 에밀리 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의 눈은 상준을 향한 뜨거운 열기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맞아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죠?”
동현이 주변을 한번 살피더니, 혹시 상준에게 들릴까, 싶어 목소리를 낮췄다.
“그게 말이지, 부팀장님은 각성 특혜를 받은 게 아니래.
그러니까…. 본부에서 공식적으로 고농도 셀 에너지 집적을 통해 능력을 얻은 게 아니라는 거지.”
“네? 그럼 어떻게…?”
수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AID 자체도 신기한데, 그걸 다른 방법으로 각성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자가 각성자라고 하더라.”
민준이 나직이 말했다.
“아마돈 셀과의 연동 능력을 스스로 깨친 거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EQI 본부에서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대.
워낙 이례적인 케이스라. 정식 기록에 없는 능력 자니까.
그래서…. 여기 제라프에서 본부 측의 테스트를 받는 거라고 들었어.”
동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그거 끝나면 바로 하요로 가실 거라고 하던데?
어쩌면 우리 낙하산 팀장님보다도 더 높은 자리로 갈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수아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 저희 같은 평범한 요원들도 언젠가 AID로 각성하면, 차 부팀장님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수아의 목소리에는 미약하지만, 단단한 희망이 섞여 있었다.
차상준의 존재는 그녀에게 너무나 먼 꿈이었지만, 동시에 강렬한 목표가 되었다.
동현이 픽 웃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것 자체가
이미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사람들이고, 그 이상의 잠재력을 기대하니까 모아 놨겠지.
아마도 부팀장님이라면 뭔가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요원들의 시선 속에는 존경심과 함께,
언젠가 그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의 씨앗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