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원의 도시, 뉴욕 자치도시.
동부 외곽의 퀸즈 빌리지 주택가.
평화로운 아침 햇살이 비춘다.
집 앞에는 자상한 아버지, 존 밀러와
그의 아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존의 아내는 이미 출근했고,
그도 같은 이유로 차에 올라탔다.
“윌리엄, 오늘도 학교 잘 다녀와.
아빠 빨리 퇴근할게.”
“알았어 아빠. 파이팅!”
“우리 아들 이쁘기도…”
북쪽의 하늘이 급작스레 어두워졌다.
존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 위를 거대한 먹구름이 빠르게 뒤덮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회색 빛줄기들이 위험하게 번쩍였다.
“아들! 빨리 차에 타!”
뭔지 몰라도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아빠, 저건 뭐야?”
갑자기 하늘에서 회색 버블이 떨어졌다.
그것들은 땅에 닿자마자 물방울처럼 사라졌지만, 여파는 무시무시했다.
쿵! 그그그극 쿠아아앙!
굉음을 내며 충격파가 대지를 갈랐다.
“으아아악! 아빠!”
윌리엄의 비명이 존의 귓가에 찢어지듯 박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답할 틈은 없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과 함성.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거리는 남아있는 것은 불길과 먼지뿐이었다.
무정한 2차 버블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도시 전역에 연쇄 폭발.
지축이 뒤흔들렸다.
콰아앙! 쿠우우 우웅! 쩌저적!
강철과 콘크리트가 비명을 질렀고, 돌무더기가 쓰나미처럼 쏟아졌다.
아스팔트도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집, 사람, 모든 것이 삼켜졌다.
울부짖는 비명.
갈 길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
존은 윌리엄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차량 뒷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존. 어디로 모실까요?”
“지금 당장 수동모드로 바꿔줘.”
“알겠습니다. 수동모드 전환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빨리!”
존의 차는 최대 부양 높이(5m)로 떠서 미친 듯이 달렸다.
아니 날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자 아내가 걱정된 존은 스마트 링으로 목소리를 전했다.
“베키, 무사해? 베키!”
아내에게 간절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데,
마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윈체스터 대로에서 대규모 폭팔음이 들려왔고, 고층 빌딩들이 차량을 향해 육중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존과 아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가오는 그림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굉음.
둘의 시야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잿빛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루이지애나 자치도시의 뉴올리언스 마을.
마을 옆에는 아름다운 강 폰차트레인에서
대형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각 도시별 유명 가수들이 초청되어 리얼 라이브 공연과 팬미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강 전역에 걸쳐서 진행되는 행사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행복과 낭만의 추억을 만들어야 할 축제의 장이 소리 없이 다가온 버블 때문에 지옥이 되었다.
마리아 로페즈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힘겨운 삶에서 겨우 하루의 휴식인데, 어떻게 오늘 이런 일이…”
두 아이의 손이 마리아의 손을 움켜쥐었다.
마리아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막내가 아직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길 건너편을 보고 외쳤다.
“빨리, 이쪽으로!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 순간, 회색 버블이 터지고 먼지가 가라앉은 곳에 검은 그림자들이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발톱,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늑대 외형의 에피머들.
에피머는 도망치는 사람들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야생 늑대처럼 알파의 통제 아래, 집단 사냥을 하는 것이다.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괴성이 시장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식칼이나 전자 리볼버로 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에피머에게서 생명을 지킬 수 없었다.
군중들은 공포에 사로잡혀서 주저앉거나, 지인들을 밟고 밀치며 벗어났다.
사람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뒤쪽에서 '크르르' 하는 낮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리아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을 자신의 품에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푹….”
무언가 뜨거운 것이 마리아의 전신을 관통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몇 번의 호흡을 시도했지만 마리아의 눈은 서서히 죽어갔다.
무너져 내리는 도시 한복판에는
희망의 불씨조차 없었다.
미국 5개 자치도시를 향한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각 부대는 전선을 유지하라!”
뉴욕 자치부대 지휘관 알렉스 카터의 무전 명령.
군인들은 알렉스의 절박한 목소리에서 간절함을 읽었다.
“적의 공격이 예상보다 강력하다!, 천천히 후퇴하면서 구멍을 메워라.”
도시 곳곳에 방어진을 형성한 병사들.
2m 크기의 강력한 지상형 전투 로봇, 코렉 100기
1m 크기의 드론형 전투 로봇, 코드 100기
뉴욕의 자랑, 뉴욕의 자체 브랜드, 자유의 전차 부대 100대.
뉴욕 자치부대 총 3만.
그리고 달려드는 1만의 에피머 군단.
퉁! 퉁퉁! 퉁퉁! 투투투퉁!!
푸슝! 드드득! 끼이이잉~쾅 쾅!
푸른 광선이 미친 듯이 뻗어나갔다.
하지만 그 섬광은 에피머들의 칠흑 같은 외피에 막혀 산산이 부서졌다.
기껏해야 한두 마리 정도 쓰러트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탄환을 튕겨냈다.
쉬이이이익 ~ 척! 크아아악!
“에피머가 너무 많아! 계속 밀린다!”
“포기하지 마! 도시를 지켜야 한다!”
한 병사가 무전기를 잡고 긴급 보고했다.
“알렉스 사단장님. 에피머들이 5번가 맨해튼 남쪽으로 우회하여 침투 중입니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몰려드는 에피머들의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전장은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갔고, 필사적인 외침과 절규만 그 자리에 남았다.
끔찍한 파괴 행위에 신이 난 에피머들. 그 섬뜩한 울음소리가 도시 전체에 역겹게 메아리칠 때였다.
바로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