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습격

에피머

by 훌륭하다

화려한 공원의 도시, 뉴욕 자치도시.
동부 외곽의 퀸즈 빌리지 주택가.

평화로운 아침 햇살이 비춘다.

집 앞에는 자상한 아버지, 존 밀러와
그의 아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존의 아내는 이미 출근했고,
그도 같은 이유로 차에 올라탔다.

​“윌리엄, 오늘도 학교 잘 다녀와.
아빠 빨리 퇴근할게.”

​“알았어 아빠. 파이팅!”

​“우리 아들 이쁘기도…”

​북쪽의 하늘이 급작스레 어두워졌다.
존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 위를 거대한 먹구름이 빠르게 뒤덮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회색 빛줄기들이 위험하게 번쩍였다.

​“아들! 빨리 차에 타!”

뭔지 몰라도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아빠, 저건 뭐야?”

​갑자기 하늘에서 회색 버블이 떨어졌다.


​그것들은 땅에 닿자마자 물방울처럼 사라졌지만, 여파는 무시무시했다.

쿵! 그그그극 쿠아아앙!

굉음을 내며 충격파가 대지를 갈랐다.

​“으아아악! 아빠!”

​윌리엄의 비명이 존의 귓가에 찢어지듯 박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답할 틈은 없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과 함성.


건물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거리는 남아있는 것은 불길과 먼지뿐이었다.

​무정한 2차 버블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도시 전역에 연쇄 폭발.
지축이 뒤흔들렸다.

​콰아앙! 쿠우우 우웅! 쩌저적!

​강철과 콘크리트가 비명을 질렀고, 돌무더기가 쓰나미처럼 쏟아졌다.
​아스팔트도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집, 사람, 모든 것이 삼켜졌다.

​울부짖는 비명.

갈 길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

​존은 윌리엄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차량 뒷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존. 어디로 모실까요?”

“지금 당장 수동모드로 바꿔줘.”

“알겠습니다. 수동모드 전환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빨리!”

존의 차는 최대 부양 높이(5m)로 떠서 미친 듯이 달렸다.

아니 날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자 아내가 걱정된 존은 스마트 링으로 목소리를 전했다.

​“베키, 무사해? 베키!”


아내에게 간절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데,
​마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윈체스터 대로에서 대규모 폭팔음이 들려왔고, 고층 빌딩들이 차량을 향해 육중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존과 아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가오는 그림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굉음.


둘의 시야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잿빛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루이지애나 자치도시의 뉴올리언스 마을.


마을 옆에는 ​아름다운 강 폰차트레인에서

대형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각 도시별 유명 가수들이 초청되어 얼 라이브 공연과 팬미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강 전역에 걸쳐서 진행되는 행사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행복과 낭만의 추억을 만들어야 할 축제의 장이 소리 없이 다가온 버블 때문에 지옥이 되었다.


​마리아 로페즈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힘겨운 삶에서 겨우 하루의 휴식인데, 어떻게 오늘 이런 일이…”

​두 아이의 손이 마리아의 손을 움켜쥐었다.
마리아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막내가 아직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길 건너편을 보고 외쳤다.

​“빨리, 이쪽으로!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 순간, 회색 버블이 터지고 먼지가 가라앉은 곳에 검은 그림자들이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발톱,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늑대 외형의 에피머들.

에피머는 도망치는 사람들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야생 늑대처럼 알파의 통제 아래, 집단 사냥을 하는 것이다.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괴성이 시장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식칼이나 전자 리볼버로 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에피머에게서 생명을 지킬 수 없었다.

​군중들은 공포에 사로잡혀서 주저앉거나, 지인들을 밟고 밀치며 벗어났다.

사람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뒤쪽에서 '크르르' 하는 낮은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리아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을 자신의 품에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푹….”

​무언가 뜨거운 것이 마리아의 전신을 관통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몇 번의 호흡을 시도했지만 ​마리아의 눈은 서서히 죽어갔다.

무너져 내리는 도시 한복판에는
희망의 불씨조차 없었다.



​미국 5개 자치도시를 향한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각 부대는 전선을 유지하라!”

​뉴욕 자치부대 지휘관 알렉스 카터의 무전 명령.
​군인들은 알렉스의 절박한 목소리에서 간절함을 읽었다.

​“적의 공격이 예상보다 강력하다!, 천천히 후퇴하면서 구멍을 메워라.”

​도시 곳곳에 방어진을 형성한 병사들.
2m 크기의 강력한 지상형 전투 로봇, 코렉 100기
1m 크기의 드론형 전투 로봇, 코드 100기
뉴욕의 자랑, 뉴욕의 자체 브랜드, 자유의 전차 부대 100대.
뉴욕 자치부대 총 3만.

​그리고 달려드는 1만의 에피머 군단.

​퉁! 퉁퉁! 퉁퉁! 투투투퉁!!

푸슝! 드드득! 끼이이잉~쾅 쾅!

​푸른 광선이 미친 듯이 뻗어나갔다.
하지만 그 섬광은 에피머들의 칠흑 같은 외피에 막혀 산산이 부서졌다.
​기껏해야 한두 마리 정도 쓰러트렸고, 나머지 녀석들은 탄환을 튕겨냈다.

​쉬이이이익 ~ 척! 크아아악!

​“에피머가 너무 많아! 계속 밀린다!”

​“포기하지 마! 도시를 지켜야 한다!”

​한 병사가 무전기를 잡고 긴급 보고했다.

​“알렉스 사단장님. 에피머들이 5번가 맨해튼 남쪽으로 우회하여 침투 중입니다!”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몰려드는 에피머들의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전장은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갔고, 필사적인 외침과 절규만 그 자리에 남았다.


​끔찍한 파괴 행위에 신이 난 에피머들. 그 섬뜩한 울음소리가 도시 전체에 역겹게 메아리칠 때였다.

바로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