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레벨 업!

AID 6급

by 훌륭하다

뉴욕에서의 혈투가 끝나고 3일 뒤.

제라프 본부 심층부에 위치한 개인 훈련실.



고요했다.



너무나도 고요해서 자신의 심장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EQ. 현재 내 상태는?”


EQ의 홀로그램이 허공에 떠올랐다.


EQ :

마스터, 우선 6급 레벨 업을 축하드립니다.


뉴욕 전투 당시 마스터가 보여준 에너지 파동 덕분에, AID 3급부터 6급까지의 데이터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때 2급까지만 오픈되었잖아. 벌써 6급까지?”


EQ :

맞습니다. 기존에 마스터는 5급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을 본능에 의존해 비효율적으로 쏟아붓고 계셨죠. 마치 스포츠카를 타고 1단 기어로만 달렸던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뉴욕 전투 이후는 다릅니다.


"뭐가 어떻게 다른 건데?"


EQ :

마스터는 각성에 대해서 알고 계실 겁니다.

각성에 대해서라면 마스터만큼 잘 아는 이도 드물 거고요.


"그렇지. 계속해봐."


EQ :

각성을 과학적으로 분석컨데, 우주를 물질의 집합이 아니라, 정보의 총체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우주는 입자, 에너지, 의식 등이 정보장을 통해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뇌 역시 이 정보장의 일부이고요.


이해가 어려우시다면 비유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음악의 음계를 이해하면 더 풍부한 화음을 만들어내듯, 인간의 의식이 우주의 정보 음계를 이해하면 공진 능력이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각성 메커니즘으로 이해하자면, 신경의 양자화(Neuro quantization)가 되겠군요.

뇌는 전기화학적 신호로 작동하는 것만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양자 수준에서의 의식 현상이 존재합니다.


이 양자 의식 네트워크가 우주의 정보장과 위상 정렬(phase alignment)을 이루면

그게 각성, 곧 AID가 되는 겁니다.



"뭔가 좀 어렵긴 한데, 뇌가 양자화되면 우주랑 통한다. 뭐 이런 말인가?"


EQ :

역시 마스터님은 보통이 아니시네요.

계속하자면 인간의 인지체계가 프랑크 스케일(물리학 극한의 최소단위)의

정보 진동수와 공진할 때, 뇌의 시냅스 네트워크는

"맥스웰의 악마'처럼 불필요한 열적 잡음을 제거해서 효율을 상승시킵니다.


저도 이번에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데, 각성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우주의 진동수 구조에 맞춰 단계적으로 락이 풀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뇌가 마취당한 느낌이야.

으아아..., 혹시 CF모듈에 '천재 과학자' 이런 것은 없어?"


EQ :

있습니다.


"있어? 그럼 모듈 주입하면 되잖아. 간단하게."


EQ :

마스터. 사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존재들이 느껴집니다.


"뭐? 난 안 느껴지는데?"


EQ :

아무튼 있습니다. 계속할까요?


"뇌가 소화하기 어려우니까 이번 만이다."


EQ :

네. 짧게 할게요.


'A Study on the Mechanisms of Enhanced Bioenergetic Efficiency

Through Human–Cosmic Information Field Synchronization'

인간-우주 정보장 동기화를 통한 생체 에너지 효율 향상 메커니즘.


인간이 우주의 본질적 정보 구조와 인지적 동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생체 내 에너지 대사 효율, 특히


ATP(adenosine tri-phosphate : 아데노신 삼인산) 소비 효율이 향상되는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세포생리학, 신경양자학, 열역학,

생화학적 반응공학의 통합 모델로 AID를

파고 들었구요.


이러한 현상을

‘신경양자 공진에 의한 생체 효율 진화 모델

(Bioquantum Resonant Efficiency Model)로 정의했어요.


결과는 놀라웠죠.


미토콘드리아 내막의 전자전달 효율 증가,

양자 터널링 기반 효소 반응 최적화,

열역학적 손실 최소화,

그리고 신경 네트워크의 에너지 재분배를 통해

전신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비선형적으로 향상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생체-양자 공진 모델 (Bioquantum Synchronization Model)

세포 에너지 회로의 최적화 (Metabolic Circuit Optimization)

양자 터널링 기반 효소 반응 시뮬레이션 (Quantum Tunneling Simulation)

열역학적 손실 분석 (Thermodynamic Dissipation Analysis)

...


요약하자면,

각성은 인간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상태가 아니라 같은 에너지를 더 완벽하게 쓰는 상태로 진화해요.


물론 6급까지만 분석한 결과예요.


"뭔지 몰라도 겁나게 기네. 처음부터 요약으로 가자고. 요약!"


EQ :

바로 요약 갈게요.


"또 뭐가 남았어? 아까부터 짧게라며~ 짧게."


EQ :

이번엔 진짜 짧게 요약만 갈게요.

점 상태로 압축 과정이 '셀 존' (마법진)

우주 정보 층이 '셀 필드' (지구의 원형)

정보를 저장하는 핵심이 '셀 코어' (지구의 핵심 정보)

간단하죠?


강제 각성자 : 외부 방출 (Eruption)

정식 각성자 : 내부 수렴 (Compression)


내적 수렴형 정식 각성이란,

생명의 임계점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

생체·의식·정보의 모든 흐름을 단일점으로 수축해서

점 상태(Zero-point consciousness)로

우주의 정보 기반 층에 진입하는 과정이에요.


"그래 퍽이나 간단하네."


띠링-!


상준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과거 2급까지만 활성화되어 있던 회색 스킬트리가,

이제는 6급까지 선명한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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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UPDATE]♥


사용자 : 차상준

현재 등급 : AID 6급 (내적 수렴 완성)


[신규 분석 완료 스킬]

1급 : 기초 에너지 발현 - 순간 가속, 공격력 상승, 감각 발달

2급 : 에너지 방어막 - 충격 흡수, 고통 억제, 반동 제어

- Update

3급 : (NEW) 무기 동기화 - 관통력, 파괴력, 정밀 조준

4급 : (NEW) 광역 제어 - 플래시, EMP 필드, 대형 에너지 실드

5급 : (NEW) 근원 소통 - 음속 이동, 에너지 집중, 링크

6급 : (NEW) 에너지 조작 - 에너지 검, 셀 폭풍, 군집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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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능력치가 제대로 나왔군.”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예전에는 1급의 [순간 가속]만 써도 근육이 타들어가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만큼 연료를 낭비하며 몸을 혹사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AID 1급 스킬 : 순간 가속 (최적화)]


팟-


상준이 바닥을 박찼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 그는 30m 거리에 있는 훈련장 반대편 벽에 붙어 있었다.

근육의 피로도? 제로였다.


‘다르다.’


상준은 자신의 주먹을 쥐어보았다.


과거에는 100의 에너지를 써서 80을 흘리고 20을 타격에 썼다.

지금은 100의 에너지가 99의 출력으로 온전히 전환되고 있었다.


EQ :

보셨나요?

이제 마스터는 숨 쉬는 것조차 효율적입니다.



“과거의 내가 불도저였다면, 지금은 정밀 수술 로봇이 된 기분이군.”


신체의 효율을 확인한 상준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새롭게 업데이트된 정보창을 확인했다.


[AID 6급 : 군집 제어]

설명 : 최소 5개 이상의 사물들을 링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동기화



“집단 제어라… 드론 하나와 연결하는 것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는데, 다섯이라니.”


EQ :

예전에는 억지로 연결하려 했으니 과부하가 걸렸던 겁니다.

지금의 최적화된 신경망이라면 다릅니다.

테스트해 보시겠어요?


“OK. 준비해 줘.”


EQ :

알겠습니다.

훈련용으로 비치된 ‘코드-02(공격형)’ 드론 5기를 기동 합니다.

훈련장 바닥의 해치가 열리더니,

EQI에서 보급된 훈련용 전투 드론 ‘코드-02’ 다섯 기가 솟아올랐다.

1m 크기의 날렵한 비행체들이 붉은색 센서를 켜고 공중으로 부양했다.


위잉- 척.


드론들이 훈련 모드에 따라 상준을

적으로 인식하고 조준했다.


상준은 눈을 감았다.


‘느껴진다.’


예전에는 드론이 단순한 눈과 귀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 6급의 감각으로 본 드론은 수만 줄의 코딩과 전기 신호, 그리고 셀 에너지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덩어리였다.


마치 눈앞에 있는 물건을 손으로 잡는 것처럼,

그 정보들이 생생하게 잡혔다.



“접속.”



상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파동이 되어 뻗어 나갔다. 단순히 1기와 소통하는 5급의 [AI 링크]가 아니었다.


그의 의식은 그물망처럼 펼쳐져, 5기의 드론이 가진 보안 방화벽을 종이 찢듯 뚫고 관리자 권한(Admin)을 장악했다.


기기긱-


상준을 노리던 드론 5기의 센서가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5기의 드론이 상준을 중심으로 편대를 이루어 정렬했다.


EQ : 마스터!

뇌파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다수의 개체를 동시에 제어하고 있는데도 부하가 거의 없어요.

마치… 마스터의 신경망이 저 드론들에게까지 확장된 것 같아요!



“그래… 손가락이 다섯 개 더 늘어난 기분이야.”



상준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8 자 비행을 시작했다.


조종기로 조작하는 딜레이 따위는 없었다.

자신의 팔을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속도, 같은 감각이었다.


이것이 6급의 영역.


나와 도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의식이 닿는 곳이 곧 나의 신체가 되는 단계.



“조종은 확인했으니, 이제 화력을 볼까.”


상준은 드론들을 물러나게 하고 훈련장 중앙에 섰다.

시스템 창의 마지막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AID 6급 : 에너지 조작 (Energy Manipulation)]

설명 : 순도 높은 셀 에너지를 체외로 방출하여

1.5m 길이의 빔이나 셀렉션 등의 형태로 형상화.



상준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체내에 압축되어 있던 고밀도의 셀 에너지가 손바닥으로 몰렸다.


예전에는 에너지를 밖으로 뿜어내면 흩어져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붙잡아두는’ 법을 알았다.


치지직- 웅!


상준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더니, 순식간에 길쭉한 형태로 굳어졌다.


그것은 빛이자, 열기이자, 압축된 질량이었다.

일반 셀렉션과는 비교 차제가 되지 않았다.


오러 소드와 오러 블레이드가 다르고,

검기와 검강이 다른 것처럼…



[AID 6급 스킬 : 에너지 빔]



쉬이 이익!


1.5m 길이의 시퍼런 광선검이 상준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고정된 형태의 금속 검이 아니었다.


상준의 의지에 따라 길어졌다가 짧아지고,

날카로워졌다가 뭉툭해지는 유동적인 파괴의 빛.


EQ :

가상 적을 생성합니다.

티타늄 장갑 타겟.

훈련장 바닥에서 두꺼운 티타늄 장갑판이 솟아올랐다.

상준은 [순간 가속]으로 파고들며 에너지 빔을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저항감이 없었다.


두께 30cm의 티타늄 판이 두부처럼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잘린 단면은 고열에 녹아 붉게 달아올랐다.


“가볍군.”


검을 쥔 손에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력은 전차의 장갑도 우습게 찢어발길 수준이었다.


상준은 검을 거두고 양팔을 벌렸다.

마지막 테스트였다.



“공간을… 지배한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반경 20m의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체내의 내공을 외부 공간의 셀 에너지와 공명 시키는 기술.



[AID 6급 필살기 : 셀 폭풍]


쿠구구구구- 콰아아아 앙!


상준의 몸에서 터져 나온 푸른색 돔 형태의 충격파가 훈련장을 집어삼켰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그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전자기기는 회로가 타버렸고,

물리적인 물체는 짓이겨지는 압력을 받았다.


배치되어 있던 코드-02 드론들이 셀 폭풍에 휘말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훈련장의 강화유리 너머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던

EQ의 홀로그램조차 잠시 지지직거리며 흔들렸다.


폭풍이 걷히고, 상준은 고요히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의 에너지를 쏟아부었음에도,

그의 체내 에너지는 금세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효율적인 에너지 순환. 이것이 ‘내적 수렴형 각성’의 진가였다.


EQ :

… 믿을 수 없군요.

마스터, 이건 단순한 레벨 업이 아닙니다.

이제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범주를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상준은 서서히 흩어지는 손끝의 푸른 잔상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뉴욕에서 느꼈던 그 뜨거운 감각이, 이제는 완벽한 통제 하에 놓여 있었다.



“6급… 에너지 조작.”



상준은 고개를 들어 훈련장 천장을 응시했다.

그 너머에 있을, 아직 닿지 못한 7급의 영역.


그리고 그 힘을 필요로 하는 진짜 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EQ. 하르켄 팀장이 남긴 걸 확인해야지.”


상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푸른빛이 은은하게,

그러나 꺼지지 않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