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갤러리 크리에이터 Leo님

by seezak

시작 커뮤니티 이벤트를 자주 찾아주시는 Leo님과의 대화를 공개합니다.

Leo님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재학중, 예술과 철학에 관심을 갖고 예술 갤러리 Undefined Gallery를 만들고 있습니다.




Leo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예술과 철학,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Leo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새로운 도전과 경험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서 예술 갤러리 Undefined Gallery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Undefined Gallery는 어떤 공간인가요?


Undefined Gallery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이에요.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다 보니까, 깊이 생각해볼 시간이나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시대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는 ‘깊은 사고’와 ‘창의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Undefined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상태, 즉 정답이 없는 상태를 의미해요. 이 공간에서는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를 알려주기보다는, 각자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사고의 과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시나 프로그램 역시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관람자가 몰입해서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하고자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교양”이에요. 교양은 어렵고 고급스러운 지식이 아니라 한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고의 힘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철학, 예술, 기술, 사회 같은 주제들을 일상과 연결해서 다루면서, 사람들이 바쁘게 살며 잊고 있었던 인생에 대한 질문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요. 혼자서 깊이 생각하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서로 자극받는 과정 역시 이 공간의 중요한 요소예요.

결국 Undefined Gallery는 새로운 경험에 몰입하고, 그 경험을 통해 깊이 사고하며, 그 축적이 개인의 창의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하는 공간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생각해보는 장소. 그런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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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작에서 진행한 <미드저니 아트포스터 만들기> 이벤트에 참여해주셨어요. 참여 계기가 있었나요?


작년에는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애썼어요.

컴퓨터공학이 전공이다보니, “AI”, “Agent”, “생산성”, “매출증대”, “비용절감” 같은 키워드들을 계속 좇고 있었죠. 솔직히 말하면, 그게 뭔가 멋있어 보였고, 트렌드 안에 있으면 덜 불안했고, 무엇보다 돈을 빨리 벌고 싶어서였죠. 돌이켜보면 무의식적으로 low risk, high return을 계속 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주변의 시선만 의식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었어요.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아이디어(문제)를 발굴해도, 정작 제 가슴이 전혀 뛰질 않았어요. 그래서 시작했다가 접고, 다시 바꾸고, 또 접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깨달은 건,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되물었어요.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진 않더라고요. 아직도 정답을 찾진 못했어요. 다만 하나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제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순간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 상태를 Deep Thinking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깊게 사고하는 이 행위가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었어요. ‘Deep thinking과 새로운 경험을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그걸 직접 실험해보기 위해서 <미드저니 아트포스터 만들기>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디자인은 제 영역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에 집중해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그림은 미드저니가 그려주니까, 저는 기획과 사고에 최대한 집중했어요.

이벤트 안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제일 좋았던 것은, 제 주변엔 디자이너가 거의 없어서 디자인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해 볼 기회가 아예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색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정말 크게 느낀 건,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여러 관점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분명히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도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정의하기 어렵지만, 아마 낯선 곳을 여행하고 큰 충격을 받고 돌아온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얻은 정보들이 삶을 훨씬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카이스트 전산학부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스펙인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사실 대학 수업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 잘 받으면 취업 자체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카이스트는 연구 측면에서 한국에서 정말 훌륭한 학교라서, 연구에 뜻이 있으면 꼭 오면 좋을 학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창업이었고, 창업 과정에서는 대학 수업이 제겐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물론 기술 창업이라면 일정 수준의 전문성은 도움이 되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학교 밖에서 스스로 필요한 걸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참 안타까운 점은 고등학생 시절에는 진로와 행복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래서 막상 대학교에 와보니, ‘이 길이 나와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생활이나 친구들과의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학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주로 어떤 고민지점이 있었나요?


가장 큰 고민은 돈이냐, 아니면 행복이냐에요. 완전히 돈만 바라보고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만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잖아요.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돈이 성공의 기준처럼 작동하니까요.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죠.

또 한편에서는 ‘그래도 돈을 많이 벌면 좋지 않겠어?’라는 목소리가 계속 저를 유혹하기도 해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해야 내 행복이 우선시되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창업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무리 자율성이 보장된 조직이라고 해도, 결국 회사 안에서는 개인의 활동 범위에 대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꼈어요. 기업의 이윤이라는 목적 안에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Koi’s Law가 생기죠.

Koi’s Law는 코이라는 잉어가 어떤 어항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한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 역시 주변 환경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법칙이에요. 실제로 저는 이전 직장에서 이걸 많이 느꼈어요. 어항이 너무 작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어항에 가두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정의한 방식으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흥분되고 재미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정의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보셨어요?


삶에 대한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능력은 “직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직감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직감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의도적으로 깊게 경험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본다던가, 상상화를 그려본다던가, 옷을 디자인해서 만들어보는 일들이요.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새로운 경험과 정보들이 쌓이면서 직감이 성장하고, 그게 곧 창의력과 기획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Undefined Gallery는 저처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시작 커뮤니티 이벤트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순전히 돈만을 바라보면서 창업을 하면 어려운 점이 정말 많을거에요. 하지만 솔직한 본인의 비전이 있다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그닥 크진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건 내적 동기와 연관이 되어 있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내적 동기만이 받쳐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내적 동기가 충분하더라도 코파운더나 핵심 팀원이 그 비전에 깊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건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 같아요.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돈보다 비전을 바라보고 달려간다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제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주도적으로 선택하려는 태도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항상 “돈을 쫓아가지 말고, 돈이 따라오는 삶을 살아라.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주변에 Leo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을 것 같아요.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 서로 가는 길이 달라지니까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제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고, 굳이 설명하려 들지도 않아요. 각자의 인생을 서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주변 친구들은 어차피 다 알아서 행복하게 잘 살 친구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어요.

그래도 가끔은 제 고민이나 믿음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해서 외로울 때가 당연히 있어요. 그럴 땐 창업가나, 스스로 삶을 개척해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큰 위로를 받아요. 의지도 되고, 다시 한 번 제 선택을 믿을 수 있게 되죠.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입니다.


책을 굉장히 많이 읽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책을 찾아 읽으시나요? 최근 인상 깊게 읽으신 책도 궁금합니다.


그때그때 제게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어요. 책은 항상 들고 다니는 편이고요.

예를 들어서, 고객 인터뷰를 더 잘하고 싶을 때는 “The Mom Test”를 읽었고, 투자에 관심이 있을 때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찰리멍거 바이블” 같은 책을 읽었어요. 요즘은 최대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서양미술, 심리학, 생물학, 진화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시도하고 있어요.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삼국지예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요시카와 에이지가 편저한 책인데,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삼국지 안에는 인간의 지혜와 욕망, 사랑과 냉정함이 모두 담겨 있어요. 스토리가 워낙 탄탄해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읽게 되고, 삼국시대 지도를 찾아보며 읽게 되더라고요. 넷플릭스나 숏폼 콘텐츠보다 훨씬 재미있고, 훨씬 많은 걸 남겨주는 책이라 꼭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은 Undefined Gallery에서 어떤 일을 기획하고 계신가요?


현재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제가 기획하고 만든 그림을 공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이미지들은 단순히 감상하거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이 그림이 어떤 의도와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해석과 사고 과정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앞으로는 이러한 시도가 그림이라는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할 계획이에요. 그림 외에도 글,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실험 등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통해 ‘사고하는 경험’ 자체를 설계해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제가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며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이나 프로덕트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Undefined Gallery는 전시 공간보다는, 사고와 창의성이 출발하는 실험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준비하시면서 만나거나 협업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요? 누군가 인터뷰 내용을 보고 연락할 수 있도록 메시지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Undefined Gallery는 혼자 완성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서 더 풍부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예술가, 디자이너, 작가처럼 창작을 업으로 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교육, 기획 분야에서 사고의 구조를 고민하는 분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싶어요. 창업자들도 매우 환영이구요.

특히 정답을 빠르게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분, 결과물보다 사고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는 데 열려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어요. 꼭 완성된 작업이나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Undefined Gallery 자체가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함께 하고싶은 실험을 하고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는 분이라면 더 환영입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를 보며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협업이 아니어도, 짧은 대화나 아이디어 교환부터 시작해보고 싶어요. Undefined Gallery는 급하지 않고, 천천히 기반을 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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