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눈물없이 볼수없는 아이의 국제학교 적응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국제학교는 정말 공포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지금껏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으로 떨어져서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되고, 들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싱가포르 여러 국제학교에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새로온 아이들을 보았는데, 도서관 구석에 숨어있는 아이도 봤고, 종일 엄마가 나간 문만 바라보던 아이, 세워놓은 그자리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정말 가슴 찢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저학년 아이들은 그래도 집에서 좀 표시가 나는 편이다. 집에와서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던지... 학교를 안간다고 버틴다던지… 아주 심하게 속상해 한다던지...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틱이 오는 친구들도 정말 심심찮게 있다. 덩달아 낯선환경에 적응하고있는 엄마의 혼을 아주 쏙 빼버리기 마련이다.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냥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줄어들고, 자꾸 아닌척 아는척 엄마에게 화를 내고, 밖에서는 눈치만 보는 등..
"나는 원래 공부 체질이 아니야",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해", 하면서 본인의 가능성을 아주 작은 컴포트존 안으로 줄여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시간이 약이라 이렇게 여러사람 맴찟한 아이들도 짧게는 한 Term 길게는 네 Term만 지나가면 다시 원래의 성향대로 어느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지내게 된다. 지켜보는 엄마입장에서는 정말 천년만년같은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들 힘든시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국제학교 적응하기 몇가지 팁을 적어 본다.
1. 교실회화
보통 아이들이 한국에서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싱가포르로 오기전에, 주로 읽기와 쓰기에 초점이 맞춰진 몇 가지 대표적인 영어 단어와 문장들을 열심히 배워 온다.
그러나 국제학교 입학 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에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빠르게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이다. 단순히 단어를 암기하는 것보다는, "Line up for the recess"나 "Take five minutes break", “Stack your worksheets on the table”등과 같은 실제 교실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을 알아듣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아이들 중 간혹 눈치가 빠른 친구들은 이러한 교실 영어를 비교적 빠르게 습득하여 2~3주 안에 선생님이 요구하는 활동들을 얼추 따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지 않는 한) 한 학기가 지나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교실에서 사용되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으며, 이것은 학습의 연속성과 이해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무엇보다 이 교실 영어를 더 잘 이해하고, 구사하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히고 싶다.
YouTube나 Netflix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많은 교육 채널이 있으며, 이 채널들 중에서는 교실 영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업이 제공되고 있다. Emily’s Wonder Lab (Netflix), The Magic School Bus (Netflix), Cosmic Kids Yoga (YouTube), Wow English 채널 (YouTube) 등을 통해 교실에서 사용되는 영어 표현과 문장 구조를 실제 상황에서 듣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학교에 온다면,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수업시간에 쓰는 영어
다른 친구들이 평생 동안 쓰고 익힌 영어 단어들을 한순간에 갑자기 모두 외우고 알아야 한다는 압박은 아이들에게 큰 부담과 쉽게 포기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압박과 욕구는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약화시키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우선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제공된 Term별 수업 주제를 받아서, 그 안에 포함된 내용과 단어들을 먼저 익숙하게 학습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우선으로 학습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동시에 협력과 소통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그룹 활동과 토론이 많은 국제학교 특성상,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익히는 것은 아이들의 사회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키워준다. 따라서, 교실에서 사용되는 영어 단어들을 우선으로 학습하는 것은 아이들의 언어 실력 향상과 자신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학교의 커리큘럼을 토대로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꾸준히 익히고 활용하는 것은 아이들이 더 나은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신감 있게 영어를 사용하며, 학습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3. Warm up 타임
주말에 모국어로 시간을 보낸 후 학교로 오는 아이들은 월요일에 자연스럽게 모국어가 입에서 나오고, 선생님의 질문에 멈칫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언어 전환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학교로 가기 전에 자연스럽게 영어 노래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이들이 빠르게 영어에 적응하고 수업을 이해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나도 자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영어 노래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모국어에서 영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말 유용한 역할을 한다. 노래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머리 속에서 모국어에서 영어로의 전환 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영어 노래는 아이들이 가사를 따라 부르고 반복하여 듣는 것을 통해 어휘와 발음을 익힐 수 있다. 노래의 리듬과 가사는 언어 습득과 음악적 감각을 함께 발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영어 단어와 구문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음악을 통해 기억력과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 모국어로 긴 시간을 보낸 후 학교로 오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 전 자연스럽게 영어 노래와 이야기를 틀어 주는 것은 언어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빠르게 영어에 적응하고 수업에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4. 영어일기
영어 학습에서 항상 강조되는 점 중 하나는 영어의 끝은 'Writing'이라는 사실이다.
Writing은 문법, 리딩, 단어력, 사고력, 표현력과 같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되어야 가능한 과정이다.
자기전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듯이 배웠던 내용이나 경험을 쓰는 것은, 아이들의 학습 습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Writing은 아이들이 배운 것을 복습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으로서 기억력을 강화시키고 학습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Writing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되어 언어적 자유도와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기 전에 배운 내용과 하루 일과에 대해 일기처럼 Writing하는 일상적인 활동은 아이들의 학습 습관과 영어 실력 발전에 매우 유익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영어의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습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
모쪼록 나의 작은 팁이 아이들의 국제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제학교 / #싱가포르 / #아이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