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임
저출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맞이하게 될 고령화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실행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최근 방안 중의 하나로 외국 가사도우미, 이른바 헬퍼 제도의 도입을 검토 혹은 이미 결정 및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헬퍼제도를 둔 홍콩과 싱가포르는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제일 출산율이 낮은 나라들 중 하나이고 2022년 기준 홍콩의 출산율은 0.8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 0.9, 싱가포르는 1.0)
물론 헬퍼제도가 도입되면 일과 육아로 허덕이고 있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곳이 생긴다. 이는 강력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 강력한 장점과 더불어 강력한 단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가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투철하게 파헤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헬퍼제도 도입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써볼 날이 있기를 바래 보면서, 일단 홍콩에서 헬퍼와 잘 살아보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홍콩 생활에서 헬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엄청난 존재이다. 내가 헬퍼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음과 같다. (<선 넘은 여자들>에도 소개했던 내용이다)
"외국인 헬퍼는 양날의 검이다. 그녀는 워킹맘인 나에게 큰 도움을 주는 존재이고 나의 아이에게는 보호자 겸 친구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나의 고용인이며 나는 그녀의 고용주이다. 나는 그녀를 가족처럼 대하고 싶지만, 실제로 가족은 아니다. 그녀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의 실수에 관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모든 생활을 같이 하고,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그녀에게 의지한다. 이러한 미묘한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은 외국에서 헬퍼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워킹맘의 숙제이다."
워킹맘에게 헬퍼는 집안살림과 아이의 양육을 맡겨야 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 과정도 쉽지 않다. 나는 현재의 헬퍼를 채용하기까지 약 30번에 이르는 면접을 보았다. Candidate을 만나는 방법도 다양한데, 1) 에이전시 이용 (candidate 추천부터 계약까지 처리해 주기 때문에 편리함 - 비쌈), 2) 지인 추천 찬스 이용, 3) 직접 채용(페이스북 등 SNS에 포스팅을 통해 직접 구인) 등이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방법 모두를 동원하였는데, 결국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직접 채용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포스팅에는 가족 소개, 해야 하는 일, 연령 등 다양한 조건을 기재한다)
내가 헬퍼를 구하던 시기의 홍콩은 시위와 코로나로 얼룩져 있었다. 헬퍼를 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고, 그 와중에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더 힘들었다. 홍콩의 경우 고용주 혹은 헬퍼에 의해 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 해당 헬퍼가 새로운 고용주를 찾는다 하더라도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홍콩에 입국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계약이 종료되는 헬퍼만 새로운 고용주를 찾은 경우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홍콩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계약이 만료될 예정인 헬퍼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많은 이들이 선호를 한다. 나 또한 남편의 홍콩 취업으로 맘이 급한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계약 만료 예정인 헬퍼를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내 맘처럼 되지는 않는다....
다음 편에서는 홍콩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통해 지금의 헬퍼를 만나게 되었는지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