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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 넘은 여자들 Mar 30. 2024

'선 넘은 여자들' 북토크 (부제: 중년의 책 읽기)

조은경

'선 넘은 여자들'을 출간하고, 걸그룹(!)은 아니지만 유닛으로 나누어 몇 번 북토크에 참가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지난 목요일 밤에는 '책 읽는 쥬리'라는 인스타그램 기반의 북클럽 모임에 저자 여러 명이 참가해 북토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저자 반 독자 반이었던 모임!!! LOL


그렇지만 정말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 

1. 우선 책을 같이 쓴 저자들도 홍콩과 싱가포르에 흩어져 있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이들도 있는데, 각자의 책을 쓰게 된 계기와 그 경험이 어떻게 나의 현재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듣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2. 북클럽 참여 하시는 층이 훨씬 젊을 줄 알았는데, 대략 저자들 나이 또래 (물론 저자들 연령대 폭이 넓긴 하다.)였고, 북클럽장님 말씀에 따르면 워킹맘이 많으시다고 한다. 이 분들도 책을 읽기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글도 쓰시고 계시고 있다 하신다.

3. 이날 참가하신 12년 동안 경력 단절이셨다가 일터에 복귀하게 되신 분이 계셨는데, 같이 뭉클한 마음이었다. 아이가 자라도록 힘을 쏟아 돌보고 지원하는 일의 가치를 분명히 알지만, 삶에서 '나'는 곧잘 뒷전이 되기 마련이니까. 일터에서 그림자로서의 역할을 오래 수행한 적이 있는 나는 명암의 무게가 어떤 것인 것 같다.

4. 소감을 나누어 주신 다른 한 분은 연배가 살짝 나보다 위일 것 같은 분이었는데, 지금 인생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에 순간순간을 치열하게 사는 것의 중요함을 말씀 주셨다. (아쉽게도 정확한 문구가 기억이 안 난다.. 무지 울림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40대인 우리가 부럽다고 하셨다. ㅎㅎ (저... 곧 50인데요..)


북클럽 참가하시는 분들이 어쩜 다 이렇게 중년이실까 생각하다가,

그리고 밤새 잠이 안 와서 임윤찬과 키신의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듣다가 든 생각은..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간의 유한함과 가치를 알게 되고, 그래서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년인 우리는 한순간도 함부로 쓸 수가 없다.


임윤찬의 압도적인 명징함과 스피드와 다채로움.. 은 경이롭지만,

키신의 느릿느릿한 템포는 또 다른 울림이 있다.

키신이 그 느릿느릿한 템포에 다다를 때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을지 생각하니 아찔하다.


얼마 전 임윤찬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손민수 님이 홍콩에 방문해 공연해 주신 덕에 현장에서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분의 연주를 들으면서, 아 이분도 어렸을 때부터 영재라느니 신동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자라셨겠지.. 임윤찬처럼. 그런데, 불과 20세도 젊은이가 어마어마한 기량을 뽐내며 혜성처럼 등장하는 것을 목도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 어렵다는 리스트의 trandescental etude 전곡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한 채로 일휠피지로 쳐내려 가는 것을 보며, 아 이분에게는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것이, 끝없이 정진하는 것이 목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민수 님처럼, 키신처럼, 어제의 나보다 일보 정진하기 위해 한 순간 순간을 아껴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중년의 사람들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축된 시간의 힘은 드러나고야 만다.



BGM:

1. 임윤찬

https://youtu.be/DPJL488cfRw?si=_eIlKlNRlyCG3UQJ

2. 키신

https://youtu.be/M5l8EyU2aRc?si=N7HXkNjVcNg9F-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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