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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12. 2022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감상평 나누기

아내와 나는 박찬욱 감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감상평 나누기


영화 헤어질 결심이 칸느에서 감독상을 받고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개봉한 지 13일째 된 오늘까지 관객이 백만을 넘지 않았다.

칸느 영화제 수상작이 흥행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이 아쉬운 기록이다.


아내와 나는 박찬욱 감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로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았다. 

언론을 통해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가 그동안의 영화와 결이 다른 영화, 자극적인 장면을 뺀 담백한 영화라고 했다. 또한 제일 중요한 것은 평단의 평가보다도 돈을 내고 극장을 찾는 관객의 평가라고 말할 정도로 관객을 더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었고 했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다 쓰기도 전에 캐스팅 제의를 했다는 박해일과 탕웨이의 깊이 있는 연기도 보고 싶었다.


영화 시사회를 보고 난 후 영화감독들의 호평도 기대를 더욱 높였다.

최동훈 감독 - '헤어질 결심에 완전히 매혹당해 버렸다. 시간이 지나도 박해일 탕웨이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해영 감독 - '영화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깊고 가장 높은 경지.'


유승완 감독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손발이 다 저렸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마 침 내! 한국영화를 교양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경지! 이런 걸작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김지운 감독 - '거부할 수 없는 매혹. 처연한 아름다움. 마음처럼 흘러가는 시간. 한마디로 요물 같은 영화. 또 혹은 저만치 앞서간 박찬욱 감독의 어떤 경지.'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감상평을 나누기로 했다.  

영화 포스트 사진과 함께 엄마 아빠가 영화를 보았다는 것을 알렸다. 


며느리 - 오 어떠셨어요?? 

나 - 좋았음. 하지만 음...... 감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였음.

박찬욱 감독이 아니고 무명 감독이라면 쉽게 평을 할 수 있을 텐데.

며느리 - 무명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평하시면 되죠! 보고 느낀 그대로요 ㅎㅎ

나 - ㅋㅋ 거장의 작품이니 못 보고 지나칠 숨을 그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음.

그러니 영화 보는 내내 편한 마음은 아니었음. ㅋ 

며느리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네요ㅎㅎ 


나 - 전체적으로 감상평을 하자면, 영화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대사가 매우 설명적이었고...... 대사가 설명적이었다고 해도 박찬욱 감독이 던져 놓은 장치와 메시지를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 - 안개를 주된 소재로 하는 모호한 영화이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아주 훌륭했음. 또한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들도 인상적이었음.

작은 아이 - 오!

작은아이 - 시작 장면이 뭐였죠?

나- 구소산이라 불리는 높고 평평한 바위산의 정상에서 기도수(탕웨이 남편)가 뛰어내려 자살이나 실족사, 혹은 타살로 추정되는 사건의 현장.  장소 헌팅도 대단했음. 여기가 어딘지 아니?

작은 아이 - 아 맞아! 거기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네. CG 아닐까요? 

나 - CG 였을까? 대단한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ㅋ 


작은 아이 - 무슨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나 - 시작 장면에 인상적인 대사로는 탕웨이 남편인 기도수가 암벽 등반을 하며 유튜브를 촬영하면서 하는 대사. 

나 - 암벽을 오르며 말러 교향곡 5번을 듣는데 오르면서 4 악장까지 듣고, 정상에 올라 5악장을 마저 듣고 내려온다고 하는...... 말러 교항곡 5번 4악장의 복선!

작은 아이 - 오호 그렇구나.

나 - 그렇지. 말러 교항곡 5번 4악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을 들으면 간절한 사랑과 함께 죽음이 떠오르는 곡이니.....

작은 아이 - 아하...


아내-  이번 영화에서는 '김신영'을 출연시킨 것은 감독의 용기가 필요했을듯함~

며느리 - 김신영이요? 개그우맨이여..?

며느리 - 인터넷 검색해보니, 어머나 진짜네요 ㅎㅎㅎ

큰 아이 - 고릴라 이모티콘과 함께 우오? 김신영?

아내- 서프라이즈였음~~ 기생충의 이정은 남편 박명훈처럼~~

며느리 - 혹시 갑자기 몰입도 확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아내 -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하는 티가 나더라. 연기 좋았음

며느리 - ㅎㅎ 김신영도 부담이 엄청났겠지만 아직 안 봐서 그런가 좀 어색할 거 같은 생각이에요 ㅎㅎ 


아내 - 헤어질 결심은 모든 영화인들이 극찬하는 영화인데,  손익분기 넘으면 좋겠어요.

나 -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으니 일단 감독으로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셈이 아닐까.

아내 -  별개라고 생각해요. 제작비는 회수해야 되지 않을까요.

나 - 하긴 박찬욱 감독도 인터뷰에서 평단의 평가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극장을 찾는 관객의 평가라고 말했으니.....

아내 - 맞아요


나- 서래(탕웨이)는 한국말은 서툰데 카톡은 굉장히 빠른 것을 보고 놀랐음 ㅋ 

아내 - 그랬던가!

나- 해준이 도저히 바로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속으로 세 번 이상의 카톡을 날림. 그것도 꽤 긴 문장으로. '헉'하는 소리를 속으로 삼켰음

아내 - 그랬군~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정훈희의 안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말러 교향곡 5번도 수년 전부터 좋아하게 된 곡이다. 특별히 4악장인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연인 알마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유명하다. 

말러의 아다지에토(매우 느리게)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장례식장에서 번스타인의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한 이후  추모곡으로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사랑의 곡이 죽음의 곡으로도 표현된 셈이다. 말러의 곡은 영화의 엔딩을 암시하는 듯했다.


극장을 나오고서도 정훈희의 젖은 목소리와 현악기들이 내는 아다지에토는 계속 귓전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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