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바닷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듯한 영화
한낮의 온도는 33도이다. 체감온도가 36도라고 하니, 사람의 몸 온도에 근접했다. 장마 끝물이라 무덥고 습하다. 더위를 피해 '피서'를 해야 할 텐데 어디가 좋을까? 호캉스?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나절을 즐기기엔 근처 영화관이 있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백화점을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맛난 식사를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쇼핑으로 산책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백화점 꼭대기 층의 극장으로 향한다. 영화 <밀수>를 백화점이 있는 영화관에서 보기로 예약했다.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한 후,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들러 신간책이 나온 것을 훑어보고 시간이 되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개봉일이 월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의 날인 덕으로 반액 할인도 받았다. 극장에 들어서니 한국영화산업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꽉 찬 관객에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관객을 시원한 여름 바다에 데려다준다. 출연한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잘 살렸다. 김혜수의 오버스러운 캐릭터 연기와 염정아의 절제된 연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조인성과 박정민의 조합은 영화를 풍성하게 채웠다. 물속에서 벌어지는 해녀들의 액션과 조인성의 지상 액션 장면은 류승완 감독의 특기를 잘 살린듯 했다. 지상에서의 액션은 올드보이의 격투씬이 연상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오마주한 것인가. 중간중간에 삐져나오는 유머코드에 관객들의 추임새와 반응이 좋았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나 지루할 틈은 없었다. 바닷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기분이었다.
아내가 극장을 나서면서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을 잔치를 즐긴 듯 한 영화야. 김혜수, 연기 너무 잘한다!”
나도 동의했다.
“완전 여자 이병헌이야.”
올 여름 극장가는 <범죄도시 3>의 흥행에 고무되어 한국영화 빅 4로 관객을 유혹한다. <밀수>가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병헌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김용화 감독의 <더 문>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