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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Dec 23. 2024

비엔나 필의 쇤브룬 궁전 '서머 나이트 콘서트' 감상기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정겨운 클래식 모임 (정동회) 회원분들과 함께 비엔나 필하모닉의 쇤브룬 궁전 '서머 나이트 콘서트'를 대형 스크린으로 즐겼습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을 라벨이 관현악으로 편곡하였다는 회장님의 설명입니다. 지휘자의 섬세한 손끝에서 흐르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펼쳐진 발레 공연은 미술, 음악, 무용이 하나가 된 아름다운 융합예술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유롭게 풀밭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청중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20여 년 전 런던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친구 부부와 함께 리즈 캐슬에서 열린 서머 나이트 콘서트를 보러 갔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는 리즈 캐슬은 런던에서 도버로 가는 길목인 켄트주에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인 '천일의 앤'이 머물렀던 곳으로, 그날도 밤의 조명으로 더욱 운치 있고 신비롭게 빛났습니다. 우리는 풀밭에 담요를 깔고 앉아 포도잔을 들고 멋진 음악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밤을 보냈습니다. 쇤브룬 궁전의 콘서트를 보며 마치 리즈 캐슬에서의 그 여름밤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불어오는 서늘한 여름밤의 바람이 피부에 닿는 듯한 생생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마치 음악으로 그려낸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음악을 듣는 내내 마치 전시회장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떠올린 감정들이 선율로 풀어졌고, 그 속에는 친구와 함께했던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첫 프롬나드가 시작되면, 잃은 친구를 떠올리며 조용히 걸음을 내딛는 듯한 감정이 전해집니다. 그 발걸음은 느릿하지만 깊은 슬픔과 추모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으며, 점차 강렬해지는 멜로디 속에서 고독과 회한이 묻어납니다.


 각각의 악장은 전시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드러내며, 그에 따른 분위기와 감정이 음악으로 표현됩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환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고요한 침묵과 평화가 느껴집니다. 


 이 전람회의 여정은 무소르그스키의 추억 속으로, 그리고 하르트만의 예술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으면, 마치 한 편의 그림을 바라보듯 상상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사진출처: 한국골프신문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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