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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대신 살아남은 자의 끝나지 않은 고뇌, 『바라바』

by 두류산

로마 총독 빌라도가 군중에게 예수를 풀어줄지, 강도 바라바를 풀어줄지 물었을 때, 군중은 후자를 택했다. 스웨덴 작가 페르 라케르크비스트의 소설 『바라바』는 그날 이후 자유를 얻은 도둑 바라바가 '나 대신 죽은 그 남자'에 대한 물음표를 평생 품고 살아가는 고독한 삶을 심도 깊게 그린다. 그는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이후의 삶은 끝없는 고뇌와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신을 갈망하지만, 정작 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어둠으로 점철된 고된 삶을 거치며 끊임없이 빛(신)을 찾아 헤매지만, 빛(신)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전개 없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신앙에 대한 질문을 깊이 파고든다. 작가는 바라바의 눈을 통해 삶의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예수 대신 십자가의 죽음에서 해방되었지만, 그 삶은 오히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 순간 십자가에 못 박히며 어둠을 향해, “당신께 내 영혼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신(빛)을 향한 그의 오랜 갈망이 마침내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뇌와 방황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바라바의 삶이 오늘날 참된 신앙과 사랑의 의미를 상실한 채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군중의 외침으로 자유를 얻은 바라바는 그 사건 이후 진정으로 속할 곳을 찾지 못하고 고립된다. 그는 예수가 왜 자신 대신 죽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삶의 목적 없이 떠돌아다닌다. 이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의 비극과 맞닿아 있다.


바라바는 언청이 처녀와 동료 노예 사하크를 통해 처음으로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 속에서도 온전한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어색해하며, 그 관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의 본질을 모르고 관계 맺기에 서툰 현대인의 비극성을 묘사한다. 바라바는 신을 갈망하지만, 그 믿음은 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는 조건적인 믿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며, 진정한 신앙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헌신에서 비롯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바라바』는 성경에 나오는 바라바의 석방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고뇌와 신앙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철학적 서사이다. 이 책은 기독교적 배경을 차용했지만, 그 메시지는 종교를 초월한다. 작가는 "왜 나는 살아남았는가?"라는 바라바의 질문을 통해 존재의 이유, 삶의 의미, 그리고 신의 부재에 대한 근원적 고뇌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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