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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걸음 전진, 여섯 걸음 후퇴: 라슬로 <사탄탱고>

by 두류산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작 《사탄탱고(Satantango)》는 1980년대 헝가리의 황량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파멸을 향해 치닫는 절망 속에서도 헛된 희망을 갈망하다 끝내 좌절하는 인간 군상을 그린, 현대 문학의 묵시록적 걸작이다.


이 소설은 여섯 걸음 전진 후 여섯 걸음 후퇴하는 탱고 스텝처럼, 1부(1~6장)와 2부(6~1장 역순)의 12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희망을 향한 전진과 절망으로의 후퇴를 반복하며, 마을 사람들이 집단적 무기력으로 복귀하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상징한다. 마을 사람들은 죽은 줄 알았던 이리미아시의 귀환을 메시아적 구원으로 믿고 따르지만, 그는 결국 이들의 남은 재산을 가로채고 통제하며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는 기만자에 불과하다.


구원자를 기다리는 인간 군상이라는 점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지 않는 고도'를 통해 부조리한 기다림을 표현했다면, 《사탄탱고》는 '실제로 온 가짜 구원자'가 마을을 파멸시키는 과정을 통해 헛된 희망의 모순을 드러낸다.


마을 의사는 작가의 분신으로 보인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절망과 비이성적 행동을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유일한 인물로, 세상을 기록하는 작가의 역할과 일치한다. 의사는 알코올에 의존하면서도 종소리의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하는 등, 혼란 속에서 이성적인 태도를 놓지 않으려 한다. 작가는 이 의사를 통해 자신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전달한다. 특히 모두가 떠난 마지막 장에서, 의사가 창문을 막고 홀로 기록에 매달리는 모습은 파국 후에도 지속되는 기록 행위, 즉 문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길고 복잡한 문장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곧 그 문장들이 몰락하는 세계의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를 완벽하게 형상화하고 있음을 깨닫고 문학적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장마다 시점이 바뀌며 동일한 사건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구성은 퍼즐을 맞추는 듯한 지적 재미를 선사한다. 결국, 여섯 걸음 전진해도 다시 여섯 걸음 후퇴하는 구조와, 첫 장과 마지막 장에서 반복되는 서술은 희망이나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닫힌 세계'를 보여준다. 책을 덮고도 어둡지만, 강렬하고 깊은 미학적 여운이 남는다. 술에 취한 채 절망의 탱고를 추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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