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지핀 군불

by 두류산

티브이 속 기상캐스터는

수은주 영하 10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라고 겁을 준다

수화기 너머 출근길 아들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울린다


어머니 아버지, 오늘은 안전이 국룰입니다!

길이 거울처럼 미끄럽습니다

바람이 칼날이니 내복은 챙기시고,

미끄러운 바닥 주의하시고,

주머니에 손 넣지 마시고,

장갑은 꼭 끼시고...


아들의 당부에

위아래 내복으로 견고한 성벽을 쌓고

목도리로 바람의 길목을 차단한 뒤

마스크와 모자로 빈틈을 메웠다

장갑까지 끼고 나니

마음 가운데 따뜻한 군불이 타오른다


아들이 피워 올린 뜨끈한 화력(火力)

영하 20도의 혹한인들 어떠랴

동장군의 기세도 그저

얼음 조각 띄운 ‘아아’일 뿐

현관문을 박차며 당당하게 외친다


동장군아 물럿거라!


*‘아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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