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법

by 남희경

어른이 된 이후로는 뜸해진 질문이 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어른들이 하도 물어봐서

나는 크면 뭐가 되는 줄 알았다.

뭐라도 돼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졸업을 앞둔 지금,

나는 그 무엇도 되지 않았고

무엇도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뭐 해 먹고살래'라는 말뿐이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돈 벌어서 너 스스로 생계 꾸리며 살래'라는 속뜻이 숨어있다.


꿈은 허상이다.

꿈은 그저 잘 포장한 어른들의 말일뿐이다.

어린아이에게 "너 다 크면 네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뭘로 돈 벌래?"라고 물을 수 없으니까,

그냥 꿈이 뭐냐고 묻는 거다.

요즘 애들은 그 속뜻마저 잘 파악한다.

그래서 꿈이 뭐냐고 물으면

돈 잘 버는 직업부터 이야기한다.

의사, 변호사, 판사..


이러다가 산타가 없다는 사실까지

알아채버릴까 봐 무섭다.

아니 이미 알면서 어른들을 위해

모른 척해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꿈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존재가치를 잃고

서서히 희미해져가고 있다.

어른이 될수록 그 힘은 더욱 약해진다.

우리 모두에게는 꿈을 꿀 수 있는 상상력이 있었는데..


나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싶었다.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떠돌고 싶었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새처럼 날아다닐 수는 없지만

두 다리로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으니까.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돈과 시간을 아껴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과

만나지 못한 사람들, 접해본 적 없는 세상이

무한히 펼쳐져 있었으니까.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쓰고 싶어졌다.

책을 쓰는 작가는 근사해 보였으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의 편협한 생각을 바꾸게 해 주었고,

새로운 취향마저 갖게 해 주었으니까.


그렇게 난 작가의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런데 꿈이 꼭 있어야 하나?


- 꿈이 없어요.


꿈이 없다는 말은 꿈을 물은 사람이나 답한 사람이나 섬뜩한 대답이었다.

꿈이 없다는 건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뜻이었고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세상이 그만큼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뜻.

그래서 새로운 기대도 없고,

어떤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삶에 무감각해졌다.


꿈을 꾸기 힘든 세상에서

꿈을 꾸라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꿈은 사실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르는 것일 텐데,


- 뭐가 떠올라야 꿈을 꾸지.

그런데 우리는 잠을 자면서 수많은 꿈을 꾼다고 한다. 다만 깨고 나면 기억하지 못할 뿐.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기에 가장 날 것의 형상이며 따라서 휘발성도 강하다.

무의식적 생각을 의식적으로 가져오기는 어렵다.


당신은 이미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아마 높은 확률로 당신은 꿈이 있었다.

당신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 드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꿈꾸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했거나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 나쁘지 않게 했던 일,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세요.


두 번째, 그중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적어보세요.


세 번째,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들을 적어보세요.


네 번째, 앞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세요.


당신의 꿈을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해 보세요.


어떤 꿈들은 지금도 당신과 함께일 것이고,

어떤 꿈들은 내가 놓아버렸을 겁니다.


지금도 당신은 그 일을 할 수 있어요.

다만 앞으로 이룰 것보다 포기해야 할 것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거죠.


어떤 꿈은 지금의 나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나를 선택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꿈이라는 건 두려운 것이죠.

형체 없는 불분명함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당신이 꿈을 꿨으면 좋겠습니다.


꿈이 없는 것만큼 지루하고 따분한 세상은 없으니까요.

한 번뿐인 인생, 재밌게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저는 재미없고 변화 없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무책임한 말이라도 한번 들어보세요.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아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처럼.

가끔은 철없고 무모한 선택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게 사실은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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