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반짝이는 순간

경주네컷 매거진

by 남희경

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우리의 첫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게.

내가 처음 경주네컷을 떠나게 된 건,

2023년 5월이었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푸른 봄,

우리는 경주의 원도심에서 처음 만났어.

마주하고 있는 낯선 얼굴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 어디로 눈을 둬야 할지 몰랐지.

모든 첫 만남이 그렇듯 어색한 인사를 건넸어.


우리는 별명을 써, 내 별명은 비경이고.

저마다 본인이 불리고 싶은 이름을 지어오기로 했어.

그리고 나이는 모두 25살, 동갑이 되어 반말로 대화를 해.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어.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었어. 나의 꿈, 내가 살아온 시간, 그때 느꼈던 감정.. 모두가 솔직해질 수 있었고 서로를 궁금해하며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지.

대화가 깊어지는 동안 우리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돼. 몰입이라고 하지.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면 그 사람이 살아왔던 시간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해. 그리고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르지. 우리는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서로의 멘토가 되어줘. 한 가지의 고민에 대해서 수많은 해답을 얻게 돼. 그것도 진심 어린 말들. 그 순간 나는 지지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새로운 사람들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깨닫게 되지. 커다랗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일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말이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 만에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

어색함도 잠시, 마치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자연스레 웃고 떠들었던 걸 보니

정말 좋은 추억 한 페이지가 되었네.

여행의 즐거움을 새롭게 알려줘서 고마워,


모두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지내다 만난 우리지만 그래도 모두가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는 위안과,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빌려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했어.


인생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전혀 알 수가 없는 경주에서의 여행은 긴장되고 설레었고 만나서 반가웠어. 경주네컷이 아니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인연들과 함께 여행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어.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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