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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Dec 17. 2021

바다 수영 - 일출이 아름다운 지세포 둘레길을 바다로

정말 대단한 일출이었다...


이렇게 예쁜 일출을 본지도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소노캄에서 옥림까지 이어지는 지세포 둘레길.

이번 바다 수영은 길지 않은 단거리 훈련 모드로 의기투합하기로 했는데, 출발도 하기 전에 흐드러진 일출에 모두 황홀경에 빠져 아예 입수는 뒷전이었다.


하긴 일 년 중 어느 일출이 아름답지 않은 게 있으랴만, 가을 접어서는 수줍은 모습에 의미를 부여 수 없는 황홀감을 전한다.


오히려 새해 첫 일출이니 하는 특별한 의미보다는 이런 무명 씨에 가까운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이다.

지세포 가는 길. 산 중턱에 차를 세우고 흐드러지는 일출에 놀라 연신 셔터를 눌렀다며 보내주신 사진이다.

한참 동안이나 빨갛게 달아오른 눈호강을 뒤로하고 발 시간이 가까워 왔음을 느낀 건 이미 해가 중천으로 올라가고 나서다.


 지세포 소노캄 근처 바닷길을 따라 옥림까지 사람들이 꾸며놓은 예쁜 둘레길이 있는데 해변으로 주욱 따라가다 보면 왕복 대략 2킬로가 넘는 거리가 나온다.


당시는 가을 초입이라 아침 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약간 흐린 날씨에 수온은 23~4도 정도에 풍속이 대략 5m/s, 파고 0.5m 이하로 약간의 파도와 함께 모든 게 바다 수영하기에 적당한 조건이었.

도상으로는 왕복 2.5km정도 남짓 거리다. 그리 길지 않을 뿐더러 수영에만 집중하면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가을이 되면 일출 시간도 가을을 탄다. 한여름에는 5시경 일출 시간을 맞추느라 새벽부터 부산하지만, 가을에 들어서면 6시 반이나 되어야 모습을 드러내는 일출이 자연스레 일요일 새벽잠을 좀 더 뒤척일 수 있는 여유가 좋은 시절이 된다.


이날 아침은 유독 늑장을 부려 하마터면 아름답던 일출을 놓칠 뻔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수 장소로 이동한다. 주차는 수변공원 주차장에 하고 새벽부터 낚시하시는 분들을 뒤로한 채 둘레길을 따라 작은 모래 해변으로 간다.


앞에는 선착장 요트가 보이는 걸 보니 한철 지난 요트의 인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나 보다. 선착장 너머 이제 옥림으로 출발한다.

풍속이 5m/s인데 가끔은 예상치 못한 돌풍과 너울이 몰려들기도 한다. 같이 같던 신입(입수 3번째)이 실내 수영장보다 더  출렁거리는 물살에 조금은 힘들어한다.


하지만 수력이 웬만하면 그 정도 파고는 금방 적응한다. 역시 젊음이 약인가 보다. 같이 했던 일행 중 유일한 30대라 그런지 출발할 때 일부를 제외하곤 금방 따라붙는데. 오랫동안 실내 수영으로 기본기를 다져서 그런지 자유형 팔 꺾기가 꽤나 안정적이다.


그럴 경우 대부분은 바다 수영에 금방 적응하고 오히려 경력자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앞서 나간다.

중간 기점에 잠시 휴식을 하고 부이를 타고 둥둥.


햇빛이 따가운 날씨도 아닌데, 그놈의 따끔이 때문에 복면을 준비했는데, 같이 갔던 동료 분들에게 물어보니 가을에 들어서니 따끔이도 별로 없단다. 지난여름 한참을 극성이던 따끔이와 해파리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던 걸 생각하면 바다 수영은 여름보다는 봄과 가을이 제철인 것 같다.


돌아올 때는 쓰고 있던 복면을 아예 벗어 버렸다.


옥림 몽돌 해변에서 가볍게 커피 한잔과 달달한 과자로 당을 채우고 그간의 사사로운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음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소노캄을 배경으로 한적한 시골의 해안선이 아닌 약간의 도시 내음을 풍기며 쉼 없이 한 번에 전속력이다.



이렇게 한주를 시작하면 왠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하게, 워낙에 들 속도를 내는 바람에 따라가기 무서웠지만 소노캄에서 옥림까지 둘레길 바다 투어는 우리들 무리를 보고 연신 사진을 찍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조금은 부담스럽긴 했다.


뜻하지 않은 사진 세례에 팔 꺾기를 '좀 더 우아하게?'라는 가당치 않은 욕심에 흐트러진 발란스로 바닷물을 더 먹긴 했지만, 십여 년쯤 전인가? 신선대에서 수영이 아니면 가지 못하는 예쁜 해식 동굴에 여러 명의 동호회 분들이 수영으로 가는 걸 보고 정말

 

멋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의 우리도 과연 그런 모습으로 비추었을까? 아니면 대략 정신없는 하나의 무리들로만 비추었을까? 아님 한심해서?


다만 후자로 보이지 않았기를 희망하며 늘 그렇듯 새로운 한주도 흥미롭게 시작할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덕분에 바다 수영이란 취미를 갖고부터는 월요병이라는 만성 통증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월요병은 내게 계절병이 되었다.



그날 오후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와현 해수욕장을 찾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따뜻한 커피를 쏟긴 했지만, 이런 게 거제에 사는 맛이라고나 할까? 이곳 거제가 참 좋다.



다음은 대금 몽돌 앞바다의 신비로운  갓섬으로 가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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