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방문은 여름이 되기 전 쌀쌀한 날씨에 자욱한 안개를 헤쳐가며 신비로운 보물섬을 찾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하면, 두 번째는 청명한 날씨에 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의 초입에 한번 더 다녀왔다.
갓섬은 거제 대금 몽돌 해변 약 1.5km 지점에 위치한등대하나 만 덜렁 외롭게 사는 섬이다. 하긴 지난 이른 여름 대금 몽돌 해변에 처음 갔을 땐 갓섬이 저멀리 안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살포시 보이는 등대가 마치 무채색의 예쁜 천사처럼 보였다.
덕분에 첫 번째 방문에는 이놈의 안개 때문에 예쁘기로 유명한 갓섬의 일출을 보지 못하고 그 덕에 두 번째 여정을 계획하는 오기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첫 번째는 신비로움을 자극하는 자욱한 주변이었다 하면, 두 번째는 너무나도 황홀한 일출과 함께하는 갓섬의 기억을 남기게 되었다
첫 번째 방문 : 신비로운 섬...
아마도 6월 초였던 걸로 생각이 난다. 새벽부터 위용을 발휘하는 안개 덕에 대금으로 가는 육로마저도 운전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한 치앞도 보이지 않은 운무 폭탄에 와이퍼와 연신 깜빡이를 깜빡거리며 대금 해변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준비운동을 하고 장비 착용한 다음 바닷물에 닿는 감촉이 여간 시원한 게 아니다. 자욱한 안개. 저 멀리 갓섬이 보일 듯 말 듯, 시계 또한 좋지 않아 자칫 방향을 잃을지 모르니 해변을 따라 가로질러 가는 걸로 계획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멀리 수평선 나지막이 보일 듯 말 듯한 갓섬의 신비로움이 안개를 헤치고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결국 고심 끝에 투표를 통하여 계획대로 갓섬으로 향하기로 한다.
1은 갓섬으로 2는 해안선 완영 -결국 1의 압도적인 우세로 갓섬으로 향하기로 했다
갓섬 근처에 가니 헤아릴 수 없는 담치 떼(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노랭이, 횟집 수족관에서만 보던 여러 종류의 덩치 큰 생선들이 유유히 팔과 가랑이 사이를 비집듯 지나가고, 이렇듯 안개 낀 날씨긴 했지만 갓섬이 숨겨 놓은 바닷속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물론 경치에만 빠져있었던 건 아니다. 갓섬에서 휴식 겸, 경치도 구경할 겸, 이리저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부이 위에 파도를 타고 잠시 놀았다. 자연이 만들어 준 천금을 줘도 못 받는 천혜의 선물이랄까? 어릴 적대공원에서 느껴본 청룡열차의 기분을 마음껏 느꼈다.
물론너무 재미있게 놀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멀리 까마득히 보이는 해변이 우리가 출발한 곳이 맞는지? 누구도 확신을 못한다. 같이 갔던 제일 큰 형님의 GPS가 잘 작동을 안 해 해변의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바다 수영의 경험 많은 일행 중 한 분이 식별 부표가 있는 곳까지 가서 해변의 위치를 확인해 보자고 했고, 그 위치에 가니 어렴풋이 우리가 출발했던 해변의 모습이 안갯속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조류에 밀려 한참을 다른 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제대로 잡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3킬로의 여정이 그 2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분 덕분에 일행 모두는 곧 방향을 제대로 잡고 계획했던 3킬로 남짓의 안개 낀 하지만 기분 좋으리만큼 잔잔한 바다 여행을 마치고 왔다.
두 번째 방문 : 그로부터 넉 달이 지난 10월 초 화창한 날로 다시 잡았다...
입수 당일 예보를 보니 풍속이 1~2m/s이고 파고는 0.1m도 안되며, 수온 또한 23.5도로 모든 게 최적의 조건이다. 이쯤 되면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이라 할까.
잔뜩 기대를 기자고 입수한다. 처음엔 대략 800미터를 갔고 일출에 맞추어 잠시 쉬는 동안 넉 달을 기다렸던 그 일출의 장관이 펼쳐진다.너무도 예뻐 어쩔 수 없이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
가을의 정취를 바다에서 한껏 느낀다. 확실히 안개와 함께한 갓섬과는 또 다른 예쁨의 묘미다.
물론 낚싯배와 조업 중인 어선으로 인해 여러 번을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거제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호사에 행복인지 모르겠다.
안개보다는 일출이 구경할게 더 많았나 보다. 비슷한 거리에 시간은 훨씬 더 걸린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