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매일 가던 도보로 5분 거리 - 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차를 가지고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적어도 이동 시간은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에 있는 수영장에 못 가게 되었다.
못 가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퇴근 후 저녁 9시에 운영하던 저녁반을 아예 폐강을 하고 1년이 넘도록 개설을 하지 않고 있으니 퇴근 시간을 한 시간 당기거나 새벽반에 등록할 부지런함이 없는 나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긴 적은 수의 사람이 수강을 한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니, 나면서 부터 호탕하지 못한 천성을 가진 덕에 등록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긴 매 한 가지다.
그래서, 주말이면 꼭 수영장에 가서 자유수영을 한다...
자유 수영이 좋은 게 영법이 크게 어긋나거나, 발차기나 팔 꺾기가 다소 엉성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많을 때야 양해를 구하고 앞서 나가기도 하고, 뒷사람이 빠를 땐 턴 자리에서 먼저 가시라고 순서를 양보하기도 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요즘 같은 주말 특히 이른 시간이면 한 동안은 거의 수영장을 대절하다시피 하여 외롭게 홀로 수영을 하는 시간이 제법 길어진다.
불금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물론 요즘 친구들은 금요일 저녁에 약속을 잡거나 일이 밀린다는 이유로 유연 근무를 방해하면 정말 난리가 난다. 철저히 개인 시간을 지켜주어야 하는 덕에 나도 느지막이 가족과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엔 대체로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다니고 있는 수영장이 주말에는 7시에 문을 여는데, 이 시간에 딱 맞춰 첫 번째 팔 꺾기를 하려면 6시 반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고 6시가 되는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수영장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동선을 이어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날 잠을 최소 8시간 충분히 자 주어야 다음날 바다 수영 삼아 하는 장거리 실내수영 후에 소진한 체력을 주말 내내 잠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기 출장 중 이용하던 시립 수영장 (올림픽 규격) - 파리 끄베르부아
준비 운동은 충분히 여유를 두고...
저녁반을 다닐 땐 준비 운동이 끝날 시간에 맞추어 들어가는 버릇이 있었다. 물론 퇴근 후 급히 저녁을 먹고 부지런히 달려가도 시간이 5분씩 늦어지는 핑계도 있지만, 수영이 아닌 바에야 애써 준비 운동으로 시간을 버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다 수영 연습 삼아 실내 수영을 하면서 언젠가 준비 운동을 소홀히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다 채우지 못하고 다리를 절며 나온 경험을 한 이후로 준비 운동만큼은 공을 들여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몸을 데운 후에 입수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엔1.5km부터 시작 했다...
1.5km면 25m 레인 짧은 수영장에서 30바퀴이다. 당시는 발차기를 6비트, 4비트, 2비트를 한 바퀴에 한 번씩 바꾸어 가면서 찬다. 수영 시계를 구입하기 전에는 10바퀴가 넘어가면 무념무상에 빠져 숫자 세는 걸 거르는 때도 있었고, 반대로 같은 숫자를 더 세어 쓸데없이 몇 바퀴를 더 돌아본 적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비트 킥을 한 바퀴에 번갈아 가면서 레인을 도니 30 바퀴면 세 번씩 딱 10번의 순환이 나온다. 중간에 몇 바퀴인지 카운트를 제대로 못했다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제 바퀴를 찾을 수 있었다.
속도가 목표가 아니라 거리가 목표다 보니 물론 속도는 한참이나 느리다. 초창기 1.5km를 목표로 할 땐 대략 40~45분 정도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물 잡기는 끝까지 허벅지 밑까지 충분히 밀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습을 했다.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는게 25m 기준으로 팔 꺾기 횟수는 열다섯번 많아야 열일곱이고 팔 꺾기 횟수가 줄어든 만큼 언제부턴가 체력이 남는다는 느낌이 들어 더 긴 거리로 목표를 조정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엔 2km, 두 달 뒤엔 2.5km, 그리고 3km까지...
거리가 늘기 시작했다. 25m 레인에 2km면 40바퀴, 2.5km는 50바퀴, 3km가 되면 60바퀴였다.
이후 순토 수영 시계를 구입하면서부터 몇 바퀴 도는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거리와 심박수, 그리고 페이스까지 잘 알려주니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지면 중간중간 시계를 보면 된다.
사실 거리를 계속 늘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팔 꺾기 수가 줄어들고, 힘이 덜 드니, 정확한 자세 유지가 오랫동안 가능하고, 그러다 보니 '어? 한 열 바퀴 더 돌아도 되겠는데!' 한 것이 어느덧 2km가 되고 2.5에서 3km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60바퀴 기준으로 (물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바퀴는 6-4-2 비트 킥으로 순서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50바퀴까지는 4 비트 킥으로만(그래야 늦은 속도긴 하지만 기존의 속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가고, 마지막 10바퀴는 2 비트 킥으로 아주 천천히 마무리 운동을 한다.
마지막 10바퀴는 뒤에서 평영으로 오시는 분께 추월당한 적도 있을 만큼 거의 반 잠수하다시피 천천히 수영을 한다.
물론 이렇게 수영을 하면 뒤에서 오시는 분들께 민폐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턴을 할 때 뒷분들께 양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한번 쉬고 가면 다음 탄력을 받을 때까지 더 힘이 드는 게 체력이 몇 배는 더 소진되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이니 답답해하시는 분은 없어야겠다.
이렇게 3km를 수영하고 나면...
엄청 힘들다. 그날 오후는 최소 1시간 이상은 낮잠을 자야 피로가 회복되어 감을 느낀다. 그래서 전날 미리 충분 잠을 자 두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간간히 랩타임을 확인하는데, 요즘엔 1.5km는 약 40분, 2km는 52분, 2.5km는 1시간 5분, 3km는 평균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수영을 잘하시는 분이 본다면 형편없는 속도일 게다. 하지만 나이와 체력 그리고 속도가 아닌 거리를 목적으로 한 바다 수영 연습으로의 실내 수영은 이정도로 충분히 만족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주말에 이렇게 유익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한 번은 속도에 욕심을 내어 1.5km를 33분에 들어오고 퍼져서 나왔는데, 그날 하루는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았다.
이렇게 60바퀴를 돌고 여분의 체력이 있는 날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접. 배. 평. 자 100m를 한번 더하고 사우나로 가는데, 잊어버린 줄 알았던 접영이 생각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추어로써 바다 수영과 같은 장거리는 정확한 자세유지와 끝까지 물을 밀어주는 효율적인 수영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