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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Jan 11. 2022

바다 수영 - 여차 몽돌에서 형제섬에 다녀오려 했는데.

멀미가 나서 파도만 타다 돌아온 이야기

여차 몽돌에서 출발해서 형제섬에 다녀오려 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21년 광복절은 생각보다 높은 파도와 지나다니는 어선에서 묻어나는 너울 때문에 중간 갯바위까지만 가다 다시 돌아왔다.


아쉽긴 하지만 잘한 결정을 한 것 같다.


바다 수영을 사랑하는 동료들이 전날부터 심상치 않은 바람이 곳곳에서 상태가 범상치 않다는 피드백이 들어왔고, 아닌 게 아니라 발효된 풍랑 주의보는 당일 새벽이나 되어서야 해제된 상태였다

전날 여차 몽돌 근처에서 파도가 높다며 찍어 보내준 영상 - 파도가 역시 높다. 우리가 서핑을 하는 동호회면 좋아 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당일 새벽 육지 잔바람은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이른 새벽의 여명도 뽀얀 홍조를 드러내며 오늘은 제대로 날 잡았다고 휘파람을 불렀다. 하지만, 바다 날씨는 무어가 그리 화가 났는지 잦은 바람에 적당히 높은 파도로 사람 마음을 헷갈리게 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노란색 경로로 다녀오려 했다.  


만약 파도가 높아 힘들다 판단되면 근처 몽돌 해변에서 잠시 쉬었다 오는 게 차선책(흰색)이기도 했다. 입수 후 느낀 파도의 높이는 과연 멀미를 동반할 만하고 결국 고민을 하다 중간에 경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좋은 경험을 했고 다음을 위한 소중한 지혜가 쌓인다 생각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냥 우리끼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형제섬이라 부르는데, 지도에 나온 명칭은 '다포도'였다. 지도를 보고 알았다. 하긴 다음부터 다포도라해도 우리끼리는 못 알아들을 것 같지만...



처음 판단은 그리 고민을 할 것도 없이 견딜만한 파도다...


만장일치로 입수를 결정하고 방파제를 빠져나간다. 걱정은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파도가 높긴 했지만 처음부터 멀미가 날 정도는 아니었고 방파제 뒤에 숨어있는 깎아지른 절벽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일단 방파제 뒤에 보이는 갯바위를 중간 목적지를 정하고 일렬로 헤엄쳐간다. 약하게 부서지는 파도가 어떻게 보면 나름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다.  어쨌든 장관이다



중간 갯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여 자연과 하나 되어 이미 파도에 멀미를 느끼고 있지만 아직은 괜찮은 척을 한다.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더구나 물때가 조금인데도 어선 조업이 한창이다. 가뜩이나 파도가 높은데 배가 여러 척이 지나가니 예상치 않은 너울이 생긴다.


처음엔 좋았다. 마치 야외 풀장의 파도타기처럼 절로 모르게 탄성이 났던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두척 세척 네 척의 배가 지나가니, 처음의 탄성이 힘겨운 멀미의 스꺼움으로 바뀐다. 


미를 한지 기억이 가뭇할 정도로 오래전인데, 너울과 함께 다가오는 높은 파도는 형제섬은 둘째 치고, 차선책이었던 자그마한 몽돌해변의 아리따움마저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게 만든다.


머리가 어질 해지던 순간, 다행히도 누군가의 제안(혼자 돌아갈 수도 없고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상태가 아니었을까?)에 의해 즉석 투표를 거쳐 다시 한번  만장일치로 이쯤에서 그만두고 중간 회귀 수영을 하기로 했다.


물론 파도가 높지 않은 순간 잠시 경치 삼매경에 빠져 그놈의 멀미를 잊기도 했지만.

고깃배가 지나간 후 너울을 즐기고...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돌아와서 기상예보를 찾아보니...


당시 여차 몽돌 해수욕장의 파고는 0.5m인데 풍속이 7m/s 였다. 풍속은 가히 멀미를 느낄만했다.

15시 기준이 7m/s 이고, 6시 입수 무렵엔 6~7m/s 정도 였던 걸로 기억난다.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여차 지역은 조금만 멀리 나가도 태생이 급류를 타고났으며 그래서 낚시터로 예전부터 각광을 받던 곳이라 한다.


물론 이번을 계기로 여기가 왜 한려수도인지를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지만, 풍속이 3m/s이하이고 물 떼가 '조금' (이때가 낚시하기 제일 안 좋은 때라 하는데...) 일 때 올해 다시 형제섬(다포도)에 도전해야겠다. 건너편 몽돌 해변에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을 하고 싶다.


결국 이렇게 다녀왔다...

중간에 왔다 갔다를 했다 사진 찍으러 오라 해서...


하긴 한려수도가 예쁘기도 했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멀미가 나는 줄도 모르고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다.

 

올해는 형제섬(다포도)과 그 앞의 예쁜 몽돌이 버킷리스트 1순위가 되었다.


아직 몇 달이 남긴 했지만 기다리는 설렘도 때론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은 형제섬의 아쉬움을 여차 해안의 절경으로 달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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