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다운 갓섬에 다시 다녀온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작년에 두 번 다녀온 후로 꼭 다시 한번 갔으면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그조그만 소망을 약간은 일찍 달성했다.
물론 수온이 완전히 오르지 않았다. 아침 예보를 보니 (주로 바다 날씨 앱을 보는데) 16도 남짓 처음 입수할 때는 약간의 한기를 느낄 정도고 한참을 팔 꺾기를 하다 보면 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딱 좋은 온도이다.
경험상 바다 수영하기 괜찮은 수온은 16도부터이고 17도가 되면 상쾌함을 느낄만하고 18도에서 22도까지는 꽤나 편안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그 이상이 되면 따끔이랑 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해야 하고 한여름엔 27~28도까지 올라가는데 그 정도가 되면 더위를 타는 사람에겐 슈트가 여간 성가실 수가 없다.
당일 아침 16도 이 정도의 수온이면 처음 입수 때 약간의 한기를 느낄 듯 말 듯 하면서도 그 지겨운 따끔이와 해파리로부터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마음껏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다. 6월 초까지의 바다 수영은 장마나 태풍이 오기 전 날씨도 그려러니와 모든 조건이 바다 수영을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갓섬은
갓섬은 거제 두모 몽돌해변 (해수욕장이 아니라 작은 해변에 편의점과 펜션 몇 채가 있는 조그마한 동네다)에서 대략 1.6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등대가 하나 있는 작은 섬이다.
거제에서 부산 가는 길 거가대교를 건너기 전 휴게소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이 조그마한 섬은 어릴 적 배웠던 동요 '등대지기'가 연상된다. 나도 모르게 '얼어붙은 달그림자~를 흥얼거리며 새벽길 두모 몽돌로 향한다.
휴게소에서 두모 몽돌 가기 전 오늘 갈곳을 음미하며 찍은 갓섬
가까이서 보면
갓섬 가는 길
갓섬 가는 길에 총 9명이 모였다
아름다운 길은 외로운 법이 없다.
일상에 바쁘면서도 갓섬을 보기 위해 9명의 열성 분자들이 모였다. 입수 온도가 조금은 차갑기 때문에 준비 운동으로 몸을 데웠지만, 역시 바다에 닿은 첫발의 느낌은 조금 약간 차가웠다. 하지만 팔 꺾기 다섯 번에 몸을 감싸 왔던 추위는 바로 사라지고 간간이 지나가는 고깃배가 일으키는 너울을 타고 갓섬으로 열심히 저어 간다.
귓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좋다. 이 소리를 들으면 그동안 쌓인 모든 걱정과 근심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언제 부턴가는 물흐르는 소리를 찾아 바다 수영을 빠지기 어려워하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지난가을 갓섬은 홍합 떼들의 산란 부유물로 바위 사이사이가 빼곡하기 그지없더니, 만조의 갓섬은 등대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 이번에 바위가 아닌 등대의 발등에 잠시 신세를 지고 허기진 위장에 정성이 가득한 따뜻한 커피와 댁에서 직접 만들어온 파이를 밀어 넣는다.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컷씩 찍고 바다를 바라보며 일상의 묻은 피로를 털어버린다.
하늘을 보고 대자로 뻗어 누워 있으면 그간의 시름이 다 사라진다
거제에서 바다 수영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내만 안에서 수영을 하면 상관이 없겠지만 갓섬과 같이 외만으로 나갈 때는 조업 중인 어선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천혜의 관광지인 거제는 어종이 풍부하고 수온이 적당하여 곳곳이 낚시터인 데다가 양식장인 곳이 많아 새벽 바다수영이 아니면 무리를 지어 눈에 잘 띄게 다녀야 할 뿐 아니라 부이로 나의 위치를 꼭 표시해야 한다.
그날도 두서너 척의 고깃 배가 다니는 덕에 중간중간 무리 지어 때아닌 강제 휴식을 취하며 인상 좋은 선장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쩌다 좌측통행
몰랐는데 예의바른 좌측 통행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갓섬은
조용히 간직한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낼 수 있는 곳이다. 거제에 있는 바다 수영 명소 중 한 곳을 꼽으라 하면 당연히 이 갓섬에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조금만 부지럼을 떤다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 또한 평생을 잊기 어려운 장관을 연출하는 명소 중 명소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정식 해수욕장이 아니라 간이 화장실 밖에 없어 때를 잘못 맞추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다음 주는 농소-하유 구간을 기획하기로 했다. 처음 가는 구간이라 조금 떨리긴 하지만 거가 대교를 관통하는 대락 4킬로 남짓 경로라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