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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운 Oct 21. 2021

[달콤한 인생] 치사량의 사랑이었다

너를 본 순간 예감했지. 나는 너로 인해 울게 되겠구나.





 문학적인 얼굴이란 김선우를 두고 하는 말임이 틀림없다.

 나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선우를 볼 때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달콤 씁쓸한 고전 문학.





 <달콤한 인생> 김지운에 대한 나의 변치않을 충절을 만들어낸 영화다.  번을 봐도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가슴이 흔들리고 선우가 먹은 케이크마냥 달고 아리다. 선우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위태로운 달콤함과 신뢰 사이에서 흔들리는게 좋다.  한번 잡아보지 못한 여자때문에 파국에 이르는 순정도, 결국 생의 끝에서마저 자신의 이름도 모를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쓸쓸함도.


 선우는  번도 입밖으로 “사랑한다라는 말을 뱉지 않는다. 차마 그럴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고, 그럴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랑은 분명하게, 성큼 인생으로 들어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김선우를 흔들었다. 틱택아이스크림을 먹는 달큰한 시간 속에서. 어쩌면 말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모든 시간이 사랑이었으므로 굳이 언어로 재단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영화는  남자가 실수로 사랑하게   파멸을 맞는 며칠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 30분은 달콤한듯 하지만 나머지는 김선우가 피눈물 흘리며 사람 죽이다가 끝난다. 김선우가 어떤 과거를 살아왔는지, 어떤 인물인지는 자세히 조명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등장해서, 어쩌다 사랑에 빠지고, 운나쁘게 죽음을 맞을 따름이다. 그러나  단순한 내러티브 안에서 김선우의 존재는 온전한 설득력 가진다. 그저 온전하게 이입할 수밖에 없는 얼굴이다. 세상 누가  얼굴을 보며 애틋함을 느끼지 않을  있겠는가. 적어도 나는 김선우를 향한 무한한 애틋함을 느낀다.







잠이오지 않는 밤, 스탠드를 껐다 켜며 뒤척일 때.

배신감과 슬픔으로 텅 비어버린 눈을 하고 비를 맞을 때.

세상의 모든 허망으로 뒤섞인 얼굴로 거울을 볼 때.

삶의 가장 씁쓸한 순간 유일하게 달콤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을 때.


 무뚝뚝하기만 하던 선우가 감정을 표했던 모든 장면을 선명히 기억한다. 희수의 첼로 연주를 보는 뒷모습에서조차 애처로운 사랑의 감각을 느낀다. 이유는 없다. 선우가 희수를 사랑한데에  이유가 없었듯,  또한 그냥  문학적인 얼굴을 보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선우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버려서.


 그렇게 보면 첫눈에 반한다는건 단지 외모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광해> 보면선 웃기다는 생각만 했는데 쩌다보니 김선우에게 려들었다. 희수를 사랑해 인생을 망친 선우처럼, 나도 선우에게 감겨 평탄한 길과 구불구불 지옥길 사이에서 망설임없이 지옥길행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으니 참으로 행복하고 씁쓸하기 이를데 없다.






 나는 사실 한번도  영화를 리뷰해본  없다. 그렇게 좋아한다면서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모든 미사여구와 화려한 문장을 가져다 붙여도 내가  영화에 가지는 특별한 감정을 타인에게 이해시킬  있을  같지 않다. <달콤한 인생> 내게 있어 첫사랑과 같아서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은지 명확하게 정의할  없다. 사람들이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며  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았는지 언어로 설명할  없는 것과 비슷하다. 살다보니 사랑이었기에, <달콤한 인생>은 세상의 모든 언어를 끌어다 써도 정의할  없는 특별함으로  안에 남는다. 문장과 언어로 구체화 되는 순간  감정이 어떤  안에 갇혀버릴  같아서  단어  단어가 조심스러운 어떤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이라는 말이 최선일 수밖에 없고, 그저  삶의  페이지에 남는 제목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기분. 그렇게 밖에는 말할  없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특별한  같진 않은데라고 말해도 원래 사랑이란게 그런게 아닌가. 첫사랑은 TV 나오는 세상 제일가는 미인이 아니라 그냥 어느날 삶에서 발견된 누군가다. 나는 삶을 살다가  영화에게 발견되었기에, 아주 깊은 순정을 품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글이   없는 이유는 사랑한다, 라고 쓰고 목이 메어 다음 줄을 적지 못했다는  남자의 연서와 같다. 차마  다음 문장을 적지 못할만큼, 그럴 필요도 없을 만큼의 사랑이다.  외는 없다.






다음엔 불빛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술집 창가에 비친 널 똑바로 볼 수 없어 나는 눈을 도려내고 말았지

그토록 아름다운 것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이현호, 금수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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