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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산 Dec 17. 2020

국내 레지덴셜(임대주택) 시장현황

안전한 투자섹터일까?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레지덴셜 섹터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필수재 성격으로 상시 일정수준 이상 임차수요가 유지(미국 기준 20년 이상 공실률 5% 내외)됨에 따라 안정적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변동성*도 타 섹터 대비 낮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임차선호 현상 및 집값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 등으로 향후 전망 또한 양호하다.

*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美섹터별 Cap rate 변동폭(%, CBRE): 레지덴셜(+2.43), 물류(+3.30), 오피스(+4.04)
*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 임대료 징수율 90% 중반대 유지(NCREIF, 2020.7월 기준)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 증대로 위와 같은 경기방어적 성격의 레지덴셜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레지덴셜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레지덴셜 섹터는 상업용부동산 전체(오피스, 물류 등) 거래량 중 최다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연기금도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 시장에 대거 투자하기 시작했다. 유럽 레지덴셜 시장도 2019년 기준 전체 상업용부동산 거래량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등 상업용부동산 핵심 섹터로서의 위상을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아쉽게도 아직 레지덴셜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전세 제도 때문이다. 다만, 최근 임대차 3법 등으로 인해 전세 물량이 축소되고 있고, 정책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장려되면서 여러가지 투자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일정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상품이다. 이는 임대기간 동안 정부통제 등에 따라 낮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당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당재원을 Over-funding하여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도 있다. 그러나 Over-fungding은 투자자들이 자기 돈으로 배당을 받아가는 조삼모사 구조로 Exit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Exit 시 Over-fungding 금액만큼 더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매각차익에 투자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리스크가 높은 전략인 것이다. 미국 등 선진시장의 안정적 Income 전략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마저도 2020.7.10.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신규투자가 중단된 상황이다. 몇몇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임대 후 분양상품에 투자 검토 중에 위 규제로 인해 투자의사를 철회했으며, 임대주택 편입이 가능한 국내 모(某) 블라인드 펀드는 사실상 임대주택 투자를 포기했다.

*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 소득수준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시세 대비 낮은 정책 임대료 책정에도 불구하고, 이 임대료 수준조차 잠재 임차인에게는 부담요인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청약진행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중 미달난 주택도 상당수 발생했다.(매경 2020.12.16. 기사 참고) 용산 청년주택(베르디움) 당첨자 중 50명 이상이 월세부담과 8~10년 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주를 포기했다. 입주 후에도 기회가 있으면 약 200만원의 위약금을 물고 중도에 이전하려는 입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정리해보면, 싸게 임대하여 Income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실 발생 리스크까지 내재돼 있는 것이다.

** 임대주택에 종부세 부과, 의무임대기간 8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검토 등


정리해보자면, 국내 레지덴셜 시장은 아직 기관투자자가 선호하는 안정적 Income 확보형 투자상품이 존재하지 않고, 규제 리스크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장으로 보인다. 조금 더 따져보자면, 사실 일정수준 수익성이 보장되는 장기임대형(Income 추구) 상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고*, 결국 정부의 규제 향방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 레지덴셜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이유로 생각다. 임대차 3법 등이 향후에 더 발전된 형태로 투자자를 옥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시장에 만연하고, 더군다나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삼성월드타워 사건처럼 불법거래가 아닌 경우에도 정서적인 문제로 사업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국내 레지덴셜 시장 확대는 요원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 투자자가 매각차익에 목 매지 않고 장기 임대운영만으로 일정수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사업(토지매입비용 절감에 따라 임대수입만으로 사업성 확보 가능)이 하나의 대안으로 보인다.(임채욱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회장 인터뷰 내용)


그렇다면 기관투자자는 이 국내 레지덴셜 영역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임대주택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적 유도(사업주에게 취득세, 임대소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 등), 너무 비싸진 주택가격, 이로 인해 구매력이 떨어지는 1~2인 가구의 임대주택 거주현상 확대 등 제반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임대주택 시장은 점차 성장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관투자자도 레지덴셜 시장 성장 잠재력 등 고려 시 레지덴셜 섹터는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들 좋다고 하는 오피스와 물류센터에만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장래 시장 확대를 가정 시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이 레지덴셜 섹터에 대한 투자경험을 축적해놓는다면 향후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시장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안정적 Income 상품은 존재하지 않고, 임대 후 분양상품도 규제 리스크 등으로 투자하기 어려우니, 이 정부 규제를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투자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소형 고급 주거시설(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분양전략이 현재로선 그 답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 등은 규제가 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피스텔 등은 아파트에 적용되는 청약,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LTV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등 도입으로 장기 임대운영 상품의 사업성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에, 오피스텔 등에 대한 반사수요 등을 목표로 한 개발/분양전략이 현 시장에선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1~2인 가구 증가(2005년 40.7% 비중->2020.6월 61.6% 비중), 욜로 등 여가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 확대 등 주거 트렌드 변화에 따라 커뮤니티 시설 및 호텔급 서비스를 갖춘 소형 + 고급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 국내외 주요 연기금이 레지덴셜 시장에 이 전략을 들고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다만, 현재 소형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개발/분양전략 수행경험이 풍부한 투자자나 운용사는 많지 않은 상황인 반면, 개발 리스크 저감 및 정교한 분양수요 예측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관련 전문업체(우량 시공사, 시행사 등)와 협업을 통한 진출이 좋은 투자구조로 판단된다. 한편, 기관투자자는 운용사하고만 소통하면 되는 통상적인 투자 건과 달리 시공사/시행사와의 협업이 필요함에 따라 투자 전후로 사업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사 역할까지 가능한 전문적인 운용사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향후 국내 레지덴셜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자.

* 최근 마스턴투자운용 등이 개발사업 투자 시 시행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투자 전 단계(개발~운용)에 걸친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참고로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와 마스턴과는 거래경험이 없어서 마스턴이 위와 같은 개발/분양 시행사 역할이 가능한지, 업력이 풍부한 시중 시행사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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