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환학생 일기 3
여름
감겨있는 눈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여기도 해가 뜨긴 하는구나.'
평생 지속할 것 같던 진눈깨비가 끝나고 따뜻해진 날씨는 우리를 들뜨게 했다. 여름이 되면 나는 항상 머리를 밝게 염색하고는 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점심을 먹으면서 니노르타가 '쌍둥이 염색'을 제안했다.
"나는 보라색 염색을 해보고 싶은데 너는?"
"빨간색은 어때? 아이유 빨강 머리 엄청 예쁘잖아."
우리는 바로 마트에 가서 붉은 염색약과 비닐봉지를 여러 장 사 왔다. 일부는 가위로 잘라서 바닥에 깔고, 두 장은 동그랗게 구멍을 뚫어서 하나씩 뒤집어쓰니 그럴듯한 옷이 완성되었다.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서로의 꼴이 우스워서 마주 보고 웃다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염색을 시작했다.
정수리 쪽부터 시작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서로의 머리에 치덕치덕 약을 발랐다. 차가운 약이 머리에 닿을 때마다 니노르타의 눈썹이 꿈틀댔다. 꼬불꼬불한 곱슬머리가 축축 쳐져 갓 건져 올린 미역처럼 되었다. 약을 헹구고 돌아온 우리는 서로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작은 탄성을 질렀다.
"우와 너무 예쁘다."
"인형 머리 같아."
우리는 성공적인 염색을 축하하며 늦은 저녁 함께 소주를 마셨다. 한국 편의점에서 1,500원이면 살 수 있는 소주를 한식당에서 10배 가격을 주고 10파운드(약 15,000원)에 사 오면서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짠!"
머그잔에 소주를 콸콸 부어 잔을 부딪쳤다. 달콤 쌈싸름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맛이 고향을 생각나게 했다. 한잔에 그리움을, 한잔에 고민을, 마지막 한잔에는 즐거움을 담아 삼켰다.
깊어가는 밤, 기울인 술잔만큼 추억이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