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환학생 일기 4
가을
"너는 어떤 옷 입을 거야?"
"글쎄... 나는 아직 못 정했어."
일주일 동안 수십 번도 넘게 들은 질문이다. 영국 아이들의 최대 명절 핼러윈이 다가왔다. 분장하고 집마다 누비며 "Trick-or-treat!"을 외치고 사탕을 받아 가는 핼러윈은 어린이들만의 날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에게도 핼러윈은 매우 큰 행사였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나와 니노르타는 핼러윈 클럽 파티에 입고 갈 옷을 고민 중이었다. 글래스고에는 핼러윈 분장 샵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는 그중 가장 큰 매장에서 다양한 코스튬을 입어봤다.
"빨간 모자 분장할래."
"나는 영화 코코 속 망자 분장하고 싶어."
화장하고 다시 만난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흰색으로 분칠 된 얼굴에 검은색 눈두덩이와 볼 끝까지 찢어진 입매, 이마 중앙에 그린 붉은 꽃까지 악몽 속에서 튀어나온 귀신같은 모습이었다. 귀신은 놀란 나를 보고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해줘야 핼러윈 아니겠어?"
분장하고 찾아간 클럽은 내 영혼을 쏙 뺏어갔다.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의 무던, 해골, 유령, 거미줄, 호박 장식들이 여기저기 꾸며져 있고, 귀신 분장을 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기념하지 않는 명절이라 생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슈퍼 히어로든, 악당이든 되고 싶었던 누군가가 되어 아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1년에 한 번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