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을 짓습는다.

나는 과연 나인가?

by 핑크뚱

저는 오늘도 밥을 짓습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였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볼 일이 있어 간단 씨에게 점심은 아무거나 군과 둘이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오랜만에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싶었거든요. 정말 조용히 책만 읽고 싶었습니다.


오후 3시쯤 주부, 엄마의 본능이 꿈틀거립니다. 도서관에서 살짝 나와 전화를 걸었습니다. 간단 씨의 말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밖에 나가기 싫어해 점심을 굶었다고 합니다. 엄마 오면 먹겠다고 했답니다.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고 주섬주섬 책을 챙겨 집으로 가며 <나는 과연 나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했습니다.



저도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꼬박 채우고 태어났습니다. 부정을 막기 위해 쳐 놓은 금줄에 붉은 고추는 꽂지 못했지만 귀한 딸이었을 겁니다.

태어나보니 요샛말로 흙수저였습니다. 근근이 굶지는 않고 사는 집의 둘째였으니까요. 성장 과정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당연히 힘들었습니다. 공부보다 농사일이 우선이었으니 말입니다. 어린 시절 흙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이리저리 채이며 컸습니다. 그렇다고 유년 시절이 다 나빴냐! 그것도 아닙니다. 어떤 곳에서 피어도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말이 있듯 저 역시 그냥 철없는 어린아이 시절이 짧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냥저냥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가 첫 직장 생활하고 번 돈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뭔 줄 하세요? ‘먹고 싶은 과자를 마음껏 사 먹자 ‘ 물론 부모님 빨간 내복을 가장 먼저 사 드렸습니다. 말하자면 저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 같은 거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맛있었고요. 어린 시절 가끔 엄마가 장보고 사 오신 얼마 안 되는 과자를 3남매가 나눠 먹느라 항상 감질났거든요. 얼마 전 아무거나 군에게 저의 학창 시절 이야기하며 자율 학습 시간마다 다른 친구들이 군것질할 때 돈이 없어 마른침만 삼켰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얼마나 원 없이 과자가 먹어보고 싶었겠어요. 지금의 제 몸매도 그때의 결핍이 만든 부작용 같은 게 아닌지 의문을 품을 봅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결혼 생활로 갈아탔습니다. 이게 물렸습니다. 빼고 싶어도 쉽게 그러지 못해 난감합니다. 다른 환경의 사람이 만나 각자의 삶에 익숙해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니 웬만큼은 맞춰가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시댁은 그렇지 않습디다. 예측 불가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무쌍 날씨 같다고나 할까. 제가 슈퍼컴퓨터를 살 능력이 안 되니 이건 더 최악입니다. 어른이니 참자. 이것도 십 년을 넘기니 오기가 생깁디다. 왜? 항상 나만 맞춰야 하는지 의문에 꼬리표가 덕지덕지 붙어 이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손해를 포기하고라도 며느리 사표를 던져야 할 판입니다.


반백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나인가? 열 달 따뜻하고 편안하게 엄마 뱃속에 살다 더 이상 비좁고 어두워 밝은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이건 뭐 더 힘들고 어둡습니다. 가는 곳마다 을이다 못해 병이 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의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우울증이라며 정신과 상담을 권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묻고 싶습니다. 댁들은 정말 괜찮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