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기록

곧 좋아질 거라 믿으며

by 핑크뚱

알람이 울렸다. 벌써 세 번째 알람 소리인데도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다시 울린 알람 소리에야 겨우 반쯤 뜬눈으로 힘겹게 일어났다. 마음은 도로 눕고 다. 다시 잠들고 다.

예전에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동안 난 알람이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항상 알람이 울리기 전 먼저 몸이 반응했다. 마치 몸 전체에 감지 센서가 장착된 듯이. ‘이제 알람이 울릴 시간인데!’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하면 대체로 울리기 5분 내였다.

지금은 아주 옛날 옛적의 과거 이야기가 됐다. 요즘은 몇 번째 알람 소리에 일어날지 스스로 내기라도 하는 듯하다. 종국에는 아무거나 군이 먼저 알람을 끄고 나를 깨울 때가 많아졌다. 우습다. 예전 같으면 알람 소리에 아무거나 군이 깰까 극도로 조마조마하며 예민했는데 지금은 아주 뻔뻔해졌다.

지난달 밤마다 어깨가 화끈화끈하고 아려 통 잠을 깊이 잘 수 없었다. 퉁퉁 부은 다리는 아기 코끼리에서 급속히 성장한 엄마 코끼리 됐다. 손가락 마디는 살짝만 스쳐도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아팠다. 이 상태를 정기 검진일에 의사분에게 이야기했고 한동안 줄여 나가던 스테로이드제를 다시 한 알로 처방받았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손가락 몇 마디와 어깨에 약간의 통증이 전부였으나 그날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다. 흔히 만병통치약이라며 극찬한다던데 통증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서인지 내가 느낀 약의 효과는 ‘통증에 좋네.‘ 정도였다. 그때부터 스테로이드제를 넣었다 줄였다 빼다를 반복하며 매달 달라진 처방 약을 먹어왔다.

조금 호전을 보이는 듯해 지난달 처음 스테로이드제를 완전히 제외했다. 이때부터였다. 이날 밤새 너무 아파 잠에 들 수 없었다. 통증의 강도는 여태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상 이상이었다. 이날 이후로 매일매일 눈물 날 것 같은 날의 연속이었다.


증상이 이렇게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나요?

이달에 병원에 가 의사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고요.


의사의 대답에 무섬증이 온몸으로 번졌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유명 명화의 작가들이 류마티스나 복합 관절염의 통증으로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붓질했다는 내용을 읽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지만 그만큼 나는 두려웠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지금의 통증과 계속 함께일까 봐. 이제 정기 검진일도 달 두 번으로 늘렸다. 다시 스테로이드제도 처방받았다.


이날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깨달았다.

'아, 이래서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구나!'

어깨의 통증이 확실히 줄었다. 붓기도 가라앉았다. 손가락의 통증도 견딜만했다. 잠도 잘 잤다. 오랜만에 푹 잤다.


앞으로 언제까지 증상이 나를 괴롭힐지 장담할 수 없다. 나의 통증을 찬찬히 기록해 본다. 곧 좋아지길 바라며 좋아질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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