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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an 14. 2024

따봉을 외치는 아이.

경험이 무섭습니다.

겨울잠이 필요한 동물이 있듯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죠. 드디어 아무거나 군에게도 62일간의 긴 겨울방학이 시작됐습니다.


방학이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난 아침에 깨어나 악몽을 꿨다며 울상에 살짝 미소를 걸고 이야기하던 아무거나 군.


엄마, 꿈에 방학이 끝났어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방학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달콤한 사탕을 아껴 녹여 먹는 시간 같은 걸 겁니다.


우리는 방학을 하고 가장 먼저 서점에 들러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구입했고 도서관에서 종일 만화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도서관으로 만화책 읽으러 가던 이었습니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자동차 안으로 확 들어왔습니다. 상황파악을 위해 주위를 돌아보다 뒷좌석의 창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사이로 엄지 척을 한 앙증맞은 손이 살짝 나가 있습니다.


뭐야, 추운데 창문을 열었어?
엄마, 따봉을 받아 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두어 달 전 친구들이랑 함께 차 안에서 장난 삼아 엄지 척을 했다 친절한 운전자 분이 그것을 받아 주셨습니다. 그때 환호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충만한 얼굴이었습니다.


경험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자꾸 그때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어 지니까요. 엄마의 그만하라는 말은 그래서 흘려듣기 딱인 잔소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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