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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an 29. 2024

게임과 닮은 글쓰기

재능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니까.

위로의 아이콘, 믿음직스러운 조언자 라이언

토끼옷을 입은 무지

뒤태가 매력적인 애교만점 어피치

힙합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제이지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

새침한 패셔니스타 네오

화나고 두려우면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튜브

악어를 닮은 정체불명 캐릭터 콘


- 카카오 프렌즈팝 캐릭터



 노란색 바탕화면이 천천히 로딩되자 레벨판 위에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가 나타나 게임을 선택하라며 은근한 눈빛을 보낸다. 나는 쉽게 유혹에 넘어가 플레이를 눌렀다. 내 선택을 기다리는 다양한 힘을 가진 부스터가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고 우측 상단에는 프렌즈북이 온몸을 발화하며 선택을 기다린다. 일단 플렌즈북의 유혹은 외면하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육각형의 블록 안에 자리 잡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뒤죽박죽 섞여 앞다퉈가며 자신과 같은 퍼즐을 맞춰달라고 종용한다.


 게임 레벨이 높을수록 그와 함께 프렌즈들의 힘도 비례해 막강해진다. 반면 그만큼의 난이도로 레벨 상승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레벨마다 상이한 이동 횟수가 제한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특수 블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기본 세 개의 퍼즐로 시작해 네다섯 개는 각각의 힘의 크기가 다른 특수 블록으로 만들어진다. 특수 블록을 합체해 상하좌우 여러 개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터지는 진기를 볼 수 있어 자신의 배가된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게임 내 가장 강력한 힘인 다섯 개 블록으로 만들어낸 황금 콘 두 개를 결합하면 핸드폰 화면 전체가 번쩍이며 모든 블록이 한꺼번에 터지는 불꽃쇼와 내 안의 아드레날린도 함께 그 쇼에 탑승해 환희를 느낀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들과 나의 일상은 남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묶여있다. 시작은 제한적으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던 아들이 아빠의 손에 찰떡같이 붙은 핸드폰을 부러워하며 어깨너머로 알게 된 게임에서부터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게임에 아들은 쉽게 마음을 빼앗겼고 옆에서 잔소리하던 나 역시도 아들보다 더 빠르게 마음을 합류했다. 귀여움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들의 향연. 퇴근한 남편의 얼굴보다 먼저 그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뺏 듯해 게임 세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다.


남편은 게임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시작하면 꽤 오래 꾸준한 편이다. 몇 해 전 주변인의 권유로 시작한 이 게임을 인기가 시들한 지금까지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고 있다. 기본 규칙은 첫 게임이 시작되면 5개의 하트가 주어지고 새로운 하트가 하나 성 되는데 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작한 레벨을 통과하지 못하면 하트는 금세 게 눈 감추듯 라진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아들과 나의 초조한 마음도 그때부터 기승을 부리며 나타난다.


현재 게임의 레벨은 2400을 훌쩍 넘겼다.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남편은 적지 않게 매일 조금씩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만큼 시작할 때는 공짜 아이템이 어 하트가 찰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레벨이 어느 정도 높아져 끌어올 수 있는 하트도 제법 많아져 나와 아들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이 게임은 은근 두뇌를 풀가동해 퍼즐의 위치를 바꾸고 좀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아이템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레벨이 상승할수록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금세 알게 된다. 게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조건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노력과 능력이 합체하면 순탄하게 레벨을 상승시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운도 자주 따라붙게 . 솔직히 나는 남편이 깔아놓은 노력 위에서 시작해 한결 수월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지극히 부족한 게임 능력이 어려운 레벨 앞에 골머리를 앓다 금방 포기 선언을 외치고 싶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마음도 금방 사그라들게 하는 막강한 힘이 있다. 일명 재미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레벨 앞에서 주춤하지만 재미가 포기를 말리며 그 순간을 넘어서며 희열까지 덤으로 준다


... 작가로서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 그리고 운,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자유로울 것 中, 임경선, 예담



그러고 보면 브런치에 글쓰기도 게임과 닮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쓰기 위한 노력과 그것에 우선해 이야기를 풀어낼 기본 재능을 갖춰야 독자의 입맛에 맞는 맛깔스러운 글상을 차릴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각종 포털에 메인으로 걸리는 운까지 따라준다면 강력한 부스터가 글쓰기에 장착되는 셈이다. 재능과 노력에 더해 운까지 조화를 이루면 금상첨화의 글쓰기이루어진다. 나는 이 조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해서 글쓰기를 멈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의 글쓰기는 재능이 빠진 글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타인에게 꼭 인정받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스스로 만족하고 재미까지 느끼글쓰기도 충분히 좋다.


나에게는 강력한 재능 부스터는 없지만 노력이라는 아이템이  포기하지 않게 하재미가 흥미를 잃지 않고 글쓰기를 하게 한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하루치를 무사히 살아낸 나에 대한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한 기록을 할  있다. 그러니 주저앉지 마시라. 뭐든 잘하는 사람만 한다면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니까. 그러니 나는 그 불공평을 조금은 덜어 낼 힘을 기르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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