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낮의 열기를 그대로 가둔 6월의 집안 온도가 30도를 넘었다. 후텁지근한 열기가 갇힌 집 안은 해가 사라진 오후의 바깥보다 오히려 더 더웠다. 여기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품은 내 몸은 마치 숨 죽어 시들해진 상추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내 몸과 더운 집안 공기가 만나니 갑갑함이 배가 되어 서늘한 공기를 갈망한 나는 서둘러 선풍기를 켜 열기를 가라앉히려 시도했다. 하지만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집안의 더운 공기도 숨 죽어 눌어붙은 내 몸의 열기도 사라지게 하기에는 부족한 날이었다.
검은 아스팔트 길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아지랑이. 거기에 닿는 순간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녹여 사라지게 할 듯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 확실히 여름이었다. 이제 곧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요즘 부쩍 해외로 여행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여행사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러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아들이 원하는 유럽은 가격이 부담스럽고 그에 비해 저렴한 동남아는 습기가 높은 우기라, 여러 이유를 끌어다 와 나는 스스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기 합리화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은 쉽게 아들에게 내보이지 않고 잘 숨겨 수업을 끝낸 아들과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뜨거운 열기를 한방에 쫓아버릴 듯한 시원한 냉기가 순식간에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숨통이 확 트였다.
솔직히 나는 더운 여름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집 안에만 있고 싶다. 이도 아니면 에어컨이 종일 빵빵하게 가동되고 읽고 싶은 책이 눈 길만 주면 내 품으로 안겨 오는 도서관으로도 충분하다. 간혹 책 읽기에 싫증이 나면 다양한 종류의 DVD 중 한 편 골라 보면 금상첨화라 생각한다.
길어야 열흘 시원하자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북새통을 찾아 떠나는 휴가보다 한 달이 넘는 긴 여름방학 동안 전기료 걱정 없이 종일 시원하고 재미있는 책과 영화도 볼 수 있는 도서관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잠들기 전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혹시 섭섭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건넨 내 말에 해사한 웃음으로 탁월한 선택이라며 답하는 아들 덕에 답답한 마음으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듯 시원함을 느꼈다.
아들과 나는 이번 여름방학 긴 한 달간의 휴가는 여권도 캐리어도 필요 없는 도서관으로 특별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