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은 최대한 든든하게 준비하는 편입니다. 평일은 이른 출근을 하는 간단 씨와 아직 중학년인 아무거나 군의 아침시간이 살짝 빗겨 나 톱니바퀴가 돌아갑니다. 지금은 아무거나 군의 겨울방학이니 아침 기상시간이 평소보다 30분가량 더 늦어져 함께 하기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저녁 식사는 함께이나 제가 다이어트를 위해 먹지 않으니 주말 아침이 가족 모두 온전히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주말 아침은 최대한 느긋하고 든든하게 먹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친정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모두들 가벼운 마음으로 마련한 식사 자리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조카의 마음이 조금은 안도하게 해 서서히 느슨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단 씨는 酒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아니 틀렸습니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날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홀로 맑은 음료를 마셨습니다. 솔직한 제 마음은 그 자리만은 절주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무겁게 누르는 조용한 식사시간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열심히 홀로 마셨습니다.
다음날, 간단 씨는 아침 준비하느라 분주한 제 뒤통수에다 이야기합니다.
"아침으로 얼큰한 게 당기는데?"
이 말인 즉 어제 과음을 했다는 겁니다. 혼-술 하던 어제 모습이 생각나 자연스럽게 저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겁도 없이 은근슬쩍 제 옆으로 와 섭니다. 이미 김치찌개를 준비하고 있는 제 모습에 기쁜 눈치입니다.
"아침 메뉴는 뭐야? 오우~ 김치찌개군. 속이 확 풀리겠다."
우둔한 간단 씨, 웬일로 살짝살짝 곁눈길로 저의 눈치를 살핍니다. 사람이라면 그래야겠죠.
솔직히 한바탕 하고 싶으나 참았습니다. 이 마음도 따뜻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우면 금방 가라앉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인 간단 씨의 타들어가는 속을 생각해서얼큰한 김치찌개를 준비했습니다.
음식이란 첫째도 정성, 둘째도 정성이라는 모든 주부의 지당한 말씀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성이 모아지면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첨가됩니다. 그러나 스스로 부인해도 이날 아침은 정성이고 사랑이고 다 접어뒀습니다.저도 모르는 사이 미운 마음이 듬뿍 스며들어 음식 맛을 오락가락하게 했습니다.
이번 음식은 미움의 감정이 음식에 미친 영향 탓에 실패한 김치찌개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고 오묘한 맛을 낸 김치찌개 만들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파와 마늘을 먼저 볶아 향을 내고, 앞다리 살을 넣어 볶지만, 이날은 대패로 대체했습니다.
모든 게 적당히 볶아졌습니다.
그럼 주재료인 김치를 준비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김치찌개를 만들 때 미리 썰어 준비한 김치에 설탕 1t, 참기름 1t를 넣어 조물조물 잘 섞어 준비합니다.
간단 씨는 단 음식을 질색팔색하니 최대한 소량으로 맛을 내야 합니다. 맛을 위해포기는 안 됩니다. 왜냐, 설탕은 김치찌개 맛을 훨씬 감칠맛 나게 해 주거든요.
부스스한 몰골로 아침 메뉴를 묻는 간단 씨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틈에 설탕이 훅~들어갔습니다. 정말 깜짝 놀라 설탕으로 손이 바로 갔으나, 이미 김치와 설탕은 아름답게 뭉쳤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꿋꿋이 요리를 진행했습니다.
위에서 볶은 재료에 김치를 넣어 함께 볶습니다.
어느 정도 김치가 볶아졌다 싶으면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뚜껑을 덮어 한소끔 끓여 줍니다.
육수가 거의 바닥을 보일 때쯤 남은 육수를 넣고 이제 팔팔 끓이면 끝입니다.
김치찌개는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진해집니다. 아쉽지만 아침 시간은 진국의 김치찌개보다 개운함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양파 반 개, 대파 적당히 넣어 한 번 더 끓여 그릇에 담아내면 됩니다.
이제 상차림을 했습니다.
간단 씨 기분 좋게 첫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선택했습니다. 얼굴이 엥??? (속으로 웃음이 났습니다)
다시 떠 넣어 봅니다. 표정이 얄궂습니다. 그러나 저의 살벌한 냉기에 점점 얼음이 되어갑니다.
"어때요. 시원하죠?"
힘겹게 제 눈과 마주합니다.
"으응, 근데 조금 단데....... 맛있어."
저는 혼자 속으로 배꼽 잡고 넘어갑니다.얼렁뚱땅 맛있다고 대답하는 모습에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겨울 하면 쌈입니다. 이날은 다시마, 양배추를 삶아 양념장과 초고추장을 듬뿍 얹어 쌈 싸 먹었습니다. 여기에 고소함이 추가되니 더 맛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저는 너무 단 김치찌개를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음식은 할 때나 먹을 때나 진심과정성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사랑 대신 추가된 미움은 음식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남은 김치찌개는 끝내 저 혼자 해결했습니다. 갈수록 달아진 김치찌개는 악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