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음식의 철학
철학은 뭔 개똥철학, 그냥 맛있습니다.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퇴근하는 간단 씨의 손에 황금빛 보자기로 멋스럽게 포장된 선물이 들려 있습니다.
은근슬쩍 선물에 대한 귀띔이 있어 당연 눈꽃 마블링이 영롱한 소고기라 확신했습니다.
반짝반짝한 별을 두 눈 가득 담은 저는 간단 씨의 손에서 잡아채 듯 선물을 빼앗아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아뿔싸! 이건 뭐, 상상 속 마블링 풍선들이 속수무책 펑펑펑 터집니다.
떡국떡입니다. 나름 색을 곱게 입은 떡이 개별 포장되어 있습니다.
마블링 소고기 대신 말입니다.
"뭐예요? 소고기는 어디로 갔어요? 우와, 어떻게 소고기가 떡으로 변신해 와요?"
이렇게 저는 상상 속 소고기 부자에서 실상은 떡국떡 부자가 됐습니다.
선물 받은 떡국떡은 의도치 않게 며칠 째 우리 집 밥상을 장악했습니다.
한 그릇 음식 중 아무거나 군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이니 괜찮습니다.
"엄마, 떡국 너무 자주 주는 거 아니에요?"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아무리 좋아해도 두세 번 반복해 올라오면 질색팔색합니다. 간과했습니다.
아무거나 군, 설날에도 떡국 안 먹었습니다. 이후 밥상에서 떡국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참치볶음밥이 먹고 싶다는 아무거나 군입니다.
아무거나 군이 좋아하는 한 그릇 음식 중 최애 메뉴입니다.
"엄마가 해 준 음식 중 생각만으로도 따뜻한 거 뭐가 있어?"
제 질문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참치볶음밥이라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좋았어! 오늘 아침은 간단하고 맛있는 참치볶음밥입니다.
맛있는 한 그릇 음식_참치볶음밥 만들기 해 보겠습니다.
참치볶음밥은 참치 통조림 1캔이면 다 됐습니다. 충분합니다.
살짝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파를 넣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습니다.
편식이 무지막지한 아무거나 군도 파기름 내는 대파를 좋아합니다.
대부분 대파의 하얀 대를 노릇하게 기름으로 볶아 사용합니다.
오늘은 냉동실에 저장되어 있는 대파의 하얀 대가 없어 초록초록 줄기를 사용했습니다.
대파의 하얀 대는 볶을수록 달큼하지만, 초록초록 줄기는 볶을수록 질겨집니다.
둘의 식감의 차이는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아무거나 군이 먹은 참치볶음밥에는 아깝게도 파만 남았습니다.
파기름이 적당히 완성되었으면 밥을 넣고 골고루 볶습니다. 밥에 파기름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이후 기름 쫙 뺀 참치 통조림을 넣어 한 번 더 볶아주면 끝입니다. 간은 기호에 맞게 적당히 하시면 됩니다.
한 그릇 음식은 그릇에 멋스럽게 담아내 식감을 훨씬 좋게 하는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 그릇 음식에 진심과 정성을 다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깔끔하고 입맛이 살아나게 담아냅니다.
오늘의 또 다른 한 그릇 음식은 저를 위한 비빔밥입니다.
솔직히 제 것은 명절에 만든 나물을 처리해야 하는 처리반으로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나물은 오래 보관하기 힘든 음식이라 최대한 한 번에 많이 많이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 최고입니다.
떡국의 고명으로 만든 고기볶음도 당분간 사용할 수 없어 비빔밥 위에 살포시 올려 먹스럽게 담아냈습니다.
한 그릇 음식은 때론 간단해서, 때론 급 처리해야 할 때 만들기 딱입니다.
이렇게 만드나 저렇게 만드나 뭐든 맛은 보장됩니다.
한 그릇 음식의 최대 장점이 당연 '맛있음'이니깐요.
오늘도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한 하루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