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떤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능이라고 했다. 임시 보호를 포함해 지난 3년간 세 마리의 개와 살았다. 첫 번째로 임시 보호한 강아지와 살면서 바로 알았다. 나의 천부적인 재능은 개 산책에 있구나. 그들의 삶에 끼어들었던 동안에는 단 하루도 개 산책을 빼 먹은 적이 없다. 아파도, 우울해도, 가난하여 투잡이-쓰리잡을 뛰어도, 힘에 부쳐 맥주 캔을 들고서라도, 술에서 막 깨어난 상태에서도 개 산책은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폭염의 계절적 권태에 빠져 눈을 뜨면 산책하러 가야 한다니 끔찍하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강아지 임시 보호를 처음 했을 때만 해도 일어나자마자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분명 즐거움이었다. 아침 공복으로 2시간 정도의 산행. 몇 번의 목마름과 체력적 고비와 화장실 가고 싶음 등을 견디고 강아지가 만족할 때까지 걷고 또 걸을 수 있던 것은, 그 끝에 만족스럽게 뻗어 자는 강아지의 낮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옆에서는 어떤 약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웠던 불면과 편두통도 날아갔다. 그러한 만족감을 집에 두고 출근할 때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코코야, 언니 다녀올게. 그렇게 하루 두 번, 2-3시간의 산책은 습관이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꾸준히 길게 실천한 생활 루틴, 개 산책.
어쩌면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제목의 초점이 인간 화자에게 있다니. 술에 취해 개 산책한다니. 무책임하고 위험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맥주 캔을 들어야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컨디션이라면 그날 저녁의 산책 한 번쯤은 거르는 게 합리적일 수 있고, 도리어 그것이 책임감 있는 보호자의 처세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세 번째로 임시 보호한 강아지와 평생 가족이 된 뒤였다. 하지만 뒤늦은 깨달음 이후에도, 도저히 산책을 거를 수가 없었다.
이 지점이 겨우 ‘개 산책’이란 소재로 에세이까지 쓰게 만든 발로다.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강아지와 즐겁게 걸을 수만은 없다. 건강하건, 건강하지 못하건, 아프건, 시간이 있건 없건, 강아지와 같이 걸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나에게는 온갖 불건강하고 구질구질한 속내와 강아지와의 관계에 관한 속엣말들이 생겼다. 꼴불견인 마음일지라도, 걷고 또 걸으면서 곱씹어야 했던 마음들을 적었다.
미리 보면 도움 되는 임시 보호(입양) 시기
첫 번째 임시 보호 강아지 : 코코 (2022.09~2022.10) / 캐나다로 입양
두 번째 임시 보호 강아지 : 푸요 (2023.05~2023.07) / 동료의 개를 잠시 돌봄, 이후 해외에서 원 보호자와 살고 있음
세 번째 임시 보호 강아지 : 찬 (2023.09~2024.02.25) / 이후 필자가 입양